호전 제1조. 전제(田制)
2022년.
케냐, 나이로비.
제임스, 28세.
대학을 나왔지만 일자리가 없었다.
어느 날.
온라인 공고를 봤다.
"AI 데이터 라벨링 작업자 모집.
재택근무 가능.
시간당 2달러."
제임스는 지원했다.
합격했다.
"드디어 일을 찾았다."
첫날.
컴퓨터 화면을 켰다.
업무 안내가 떴다.
"다음 텍스트를 읽고,
유해한 내용이면
'유해' 라벨을 붙이세요."
제임스는 클릭했다.
첫 번째 텍스트.
아동 성폭력을 묘사하는 글이었다.
제임스는 숨이 막혔다.
라벨을 붙였다.
"유해"
두 번째 텍스트.
살인을 상세히 묘사하는 글.
세 번째.
고문 장면.
네 번째.
자살 방법.
제임스는 하루 종일
지옥 같은 텍스트를 읽었다.
8시간.
끔찍한 단어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퇴근 후.
제임스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그 문장들이
계속 반복됐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 달 후.
제임스는 악몽에 시달렸다.
식욕이 사라졌다.
사람들을 피했다.
"괜찮아. 돈을 벌고 있잖아."
급여 명세서.
시간당 1.5달러.
하루 8시간.
한 달 240달러.
나이로비 월세가 150달러였다.
남은 돈으로는
식비도 빠듯했다.
제임스는 회사에 물었다.
"이 일은... 무엇을 위한 건가요?"
답변.
"챗GPT를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업이 AI를 안전하게 만듭니다."
제임스는 뉴스를 찾아봤다.
챗GPT.
전 세계를 놀라게 한 AI.
오픈AI.
기업 가치
수백조 원.
제임스는 멈칫했다.
"내가... 이걸 만들었다고?"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연봉 수억 원.
케냐 라벨러들.
시간당 2달러.
같은 AI를 만들었는데.
田制不立, 則富强之術, 俱無所施
전제불립, 즉부강지술, 구무소시
"토지 제도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모든 방법이
소용없다."
전제(田制).
토지를 다스리는 제도.
정약용 시대.
땅을 가는 사람과
땅을 소유한 사람이 달랐다.
소작농은 밭을 갈았지만,
수확의 대부분은 지주가 가져갔다.
소작농은 굶주렸다.
정약용은 꿈꿨다.
경자유전(耕者有田).
밭을 가는 자가 밭을 가져야 한다.
AI 시대.
밭은 데이터다.
플랫폼이다.
제임스는 밭을 갈았다.
끔찍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AI가 학습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소유권은 오픈AI였다.
수확의 열매 또한 그들의 몫이었다.
제임스는
시간당 2달러만 받았다.
그것도
정신적 외상과 함께.
夫井田之制, 所以爲仁政之始也
부정전지제, 소이위인정지시야
"무릇 정전(井田)의 제도는,
인자한 정치(仁政)를 이루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인정(仁政).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
AI 시대의 인정은 무엇인가?
가장 고된 노동을 하는 자에게
정당한 몫과 치유의 시간을 보장하는 것.
가장 끔찍한 일을 감당하는 자에게
적절한 보상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임스는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돈이 없었다.
회사는 심리 상담을
제공하지 않았다.
"당신은 계약직입니다.
복지는 없습니다."
AI는 화려하게 발전했다.
챗GPT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富强之術.
부강지술
부유하고 강하게 만드는 기술.
하지만
그 기술의 토대는
정의가 무너진 밭 위에 있었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은
나이로비의 눈물과 트라우마를
거름 삼아 피어났다.
디지털 소작농들.
케냐에서.
필리핀에서.
인도에서.
그들은 AI의 옥토를 일궜다.
하지만 수확은 실리콘밸리로 갔다.
제임스는 6개월 후
일을 그만뒀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던데,
저는 왜 더 가난해졌을까요?"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는
누구의 밭 위에 서 있는가?
밭을 가는 자에게
정당한 몫을 주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