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신분증

호전 제4조. 호적(戶籍)

by 구현

"모바일 신분증 발급 완료되었습니다."


2023년 가을.

서울.


이준호, 28세.

IT 회사 직원.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정부 24 앱.


"이제 운전면허증 안 들고 다녀도 되네."


준호는 앱을 열었다.


화면에

자신의 얼굴 사진,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운전면허 정보.


모두 한 곳에.

스마트폰 안에.


"편하긴 하네."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준호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QR코드 스캔.


"확인됐습니다."


빨랐다.

간편했다.


며칠 후 뉴스.

"정부, 모바일 신분증 확대.

2025년까지 전 국민 보급 목표."


정부 관계자 인터뷰.

"신분 확인의 정확성을 높이고,

행정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완벽한 디지털 호적 시스템입니다."


준호는 생각했다.


"이게... 안전한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해킹당하면?

서버가 뚫리면?

모든 정보가 한 곳에 있으니까.


2024년 초,

한 보안 전문가의 경고.


"모바일 신분증은 단일 실패 지점입니다.

한 번의 보안 사고로

수백만 명의 신분 정보가

동시에 유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확대했다.

은행, 병원, 공공기관

모두 모바일 신분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선택지가 사라졌다.


凡爲民牧者, 務先明籍

범위민목자, 무선명적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호적을 밝히는 것(明籍)을

먼저 힘써야 한다."


호적(戶籍).

백성의 이름과 주소를 기록하는 것.


명적(明籍).

호적을 명확하게 하라.


정확해야 한다.

투명해야 한다.


백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


AI 시대,

정부는 명적을 완성했다.


모바일 신분증.

완벽한 디지털 호적.

모든 국민의 정보를 중앙 서버에 모았다.


명확했다.

투명했다.

정확했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한 곳에 모이면

그곳이 표적이 된다.


毋致有虛僞隱漏之弊

무치유허위은루지폐


"허위로 꾸미거나 숨기는 폐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


허위(虛僞).

가짜 정보.

은루(隱漏).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


정약용 시대,

부패한 아전이 호적을 조작했다.


죽은 사람을 살아있다고 기록하거나,

부자들이 이름을 빼고 군역을 피했다.


AI 시대,

같은 폐단이 더 큰 규모로 반복된다.


모바일 신분증이 위조되면,

시스템은 가짜를 진짜로 인증한다.


중앙 서버가 해킹당하면,

수천만 명의 정보가 한순간에 유출된다.


정약용 시대에는

몇 명의 호구가 누락되는 것이 문제였다.


AI 시대에는

수천만 명의 정보가

한 번에 탈취될 수 있다.


명적(明籍)의 역설.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으면,

그곳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준호는 말했다.

"편하긴 해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되니까.

하지만...

이게 털리면 어쩌지?"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은

백성을 명확히 파악했는가,


아니면

백성을 위험한 금고에 가둔 것인가?"




[월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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