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매긴 집값

호전 제5부. 부세(賦稅)

by 구현

2024년 봄.

경기도 안양의

15평 낡은 빌라.


김민수, 52세.

중소기업 직원.


우편함에서

고지서를 꺼냈다.

"재산세: 280만 원"


민수는 눈을 의심했다.

작년엔 120만 원이었다.

2배 이상 올랐다.


"뭔가 잘못됐어."

시청에 전화했다.


"재산세가 너무 올랐는데요.

확인 좀 해주세요."


"공시지가가 올라서 그렇습니다."


"공시지가요?

우리 집값이 그렇게 올랐나요?"


"네. 올해 공시지가가

4억 2천만 원으로 산정됐습니다."


민수는 당황했다.


"4억 2천?

우리 집 실거래가는 2억 5천인데요."


"저희는 공시지가대로

세금을 부과합니다."


"공시지가를 누가 정했어요?"


"AI 시스템이 산정했습니다.

주변 시세, 면적, 건축 연도 등

수백 가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그럼 잘못된 거 아니에요?

우리 집은..."


"시스템이 산정한

과학적인 결과입니다."


민수는 할 말을 잃었다.

누수가 심했고,

계단은 금이 가 있었으며,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했다.


주변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있었고,

소음도 심했다.


하지만

AI는 그것을 몰랐다.


AI가 본 것은

면적: 15평.

건축 연도: 2009년.

주소: 안양시 만안구.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 4억.


AI는 계산했다.

"이 지역 15평 주택 = 4억 2천"


민수의 빌라를

같은 지역 깨끗한 아파트와

똑같이 취급했다.


민수는

이의신청을 했다.

서류를 제출했다.


집의 사진.

누수 흔적.

금 간 벽.

주변 환경.


3주 후.

답변이 왔다.


"이의신청 기각.

AI 시스템이 산정한 공시지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며,

개별 건물의 특수성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민수는 멈췄다.

"개별 특수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럼 뭘 고려한다는 건가.



治賦稅之法, 務在平允

치부세지법, 무재평윤


"세금을 다스리는 법은

반드시 공평함(平允)에 힘써야 한다."


정약용은 강조했다.


평윤(平允).

공평하고 합당하게.


백성마다 형편이 다르다.


같은 땅이라도

기름진 땅과 척박한 땅이 있다.


毋致有額外科斂之弊

무치유액외과렴지폐


"정해진 세금 외에

추가로 가혹하게 거두는 폐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액외과렴(額外科斂).


정해진 것 밖에서

가혹하게 거두는 것.


AI 시대.

같은 일이 반복됐다.


민수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소송할 수 있나요?"


"할 수는 있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승소해도 몇 년 걸려요."


민수는 포기했다.

280만 원을 냈다.


억울했지만

싸울 방법이 없었다.


2024년.

감사원 보고서.


"AI 공시지가 산정 실태"


결과:

오류 추정 건수 수만 건.

과다 징수 추정액 수백억 원.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은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는가,


아니면

시스템의 오류를 백성에게 떠넘기는가?"




[내일 계속]

3분 남았습니다.

고폐(雇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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