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남았습니다

호전 제6조. 고폐(雇弊)

by 구현

"3분 남았습니다."


2024년 여름. 서울.

박준혁, 29세. 배달 라이더.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배달 앱.

AI가 계산한 예상 도착 시간.


"고객 위치까지 3분 남았습니다."


준혁은 신호등 앞에 섰다.

빨간불.


하지만

3분.


신호를 기다리면

늦는다.


스마트폰을 봤다.


화면에 카운트다운.

2분 50초.

2분 49초.

2분 48초.


준혁은 주변을 확인했다.

차가 없었다.


악셀을 당겼다.

빨간불을 지나갔다.


"배달 완료."


고객이 문을 열었다.

음식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준혁은 다시 앱을 켰다.


다음 주문.

"새 배달이 배정되었습니다.

예상 도착 시간: 8분."


8분. 거리는 4km.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거부하면

다음 배정 순위가 밀렸다.


배정이 밀리면

수입이 줄었다.


준혁은 출발했다.


한 달 전. 친구가 물었다.


"배달 일 어때?"


"힘들어. AI가 시간 정해주는데,

거의 불가능한 시간이야."


"거부하면 안 돼?"


"거부하면 다음부터 일이 안 와.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어졌어."


"회사에 항의는?"


준혁은 웃었다.


"나는 개인사업자야.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어."


"그럼 누가 책임지는데?"


"아무도."


작년.

넘어져서 손목이 부러졌다.


병원비 200만 원.


회사에 물었다.

"산재 처리 안 되나요?"

"개인사업자라서 안 됩니다."


준혁은

2주 동안 일을 쉬었다.


수입이 끊겼다.

빚이 늘었다.



有錢者出錢, 無錢者出役

유전자출전, 무전자출역


"돈 있는 자는 돈을 내고,

돈 없는 자는 역(役)을 나간다."


고폐(雇弊).

고용의 폐단.


군역은 국가의 의무였다.


모든 남자는

군대에 가야 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돈을 내고

가난한 사람을 대신 보냈다.


대립(代立).

대신 서는 것.


부자는 돈만 내고,

가난한 자는 목숨을 걸었다.


정약용은 이것을

고폐라고 불렀다.


고용의 폐단.

불공정한 부담의 전가.



AI 시대.

같은 일이 반복됐다.


플랫폼 기업.

AI 시스템에 투자했다.


배달 경로 최적화.

예상 도착 시간 계산.

라이더 배정 알고리즘.


수천억 원.

그 돈으로

노동 책임에서 벗어났다.


출전(出錢).

플랫폼은 AI에 돈을 냈다.

그리고 책임에서 벗어났다.


출역(出役).

준혁은 일을 했다.

위험을 떠안았다.


立代征之法, 禁高雇之弊

입대정지법, 금고고지폐


"대신 징수하는 법을 세워,

높게 고용하는 폐단을 금지해야 한다."


고고(高雇).

높은 대가로 고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취하는 것.


정약용은 경고했다.


부자가 돈으로

가난한 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AI 시대.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준혁은

오늘도 달린다.


"3분 남았습니다."


알림음이 울린다.


신호등이 빨갛게 켜진다.


준혁은 망설인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은

돈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약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가?"




[내일 계속]

이민(利民)이 먼저다.

호전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