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그림자

호전 제3조. 절민(節民)

by 구현

2025년 겨울.

서울 마포구.


김 씨, 48세.

7년 차 치킨집 운영.


하루 매출 150만 원.

몸이 부서져라 튀겼다.


정산 이메일이 왔다.

발신: 배달 플랫폼


"귀하의 이번 주 매출: 1,050만 원.

입금 예정 금액: 620만 원."


김 씨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수수료.

배달비.

광고비.

그리고 '알고리즘 최적화 노출 비용'.


"40%가 넘게 빠져나갔네?"


김 씨는 한숨을 쉬었다.


생닭 값도 올랐고,

식용유 값도 올랐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었다.


며칠 전.

플랫폼 매니저가 전화했다.


"사장님, 이번에 새로 나온

'AI 추천 배달'로 전환하세요.

안 그러면 리스트 밑바닥으로 밀려납니다."


권유는

협박처럼 들렸다.


이 알고리즘은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절용(節用)의 화신이었다.


AI 기반 경로 최적화.

실시간 수요-공급 매칭.

수익 극대화.


기업은

이 알고리즘 덕분에

상담원을 줄였고,

배달 효율을 높였으며,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기업의 절용(節用)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절용은

소상공인 김 씨의 살림을

파괴했다.


김 씨가 아껴야 할

재료비와 인건비가

알고리즘의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의 수익으로 전이됐다.


凡爲民牧者, 須知節用愛民之要

범위민목자, 수지절용애민지요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지출을 아껴 쓰고(節用)

백성을 사랑하는(愛民)

요체를 알아야 한다."


관리가 아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대의 알고리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절용하고,

그 비용을 약자에게 전가한다.


밤 11시.

김 씨는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

배달비 4,000원.

중개 수수료 2,000원.

결제 수수료 600원.

광고비 분담금 1,000원.


닭값과 기름값을 빼고 나니

김 씨 손에 남는 건

겨우 2,000원.


알고리즘은

김 씨에게 묻지 않는다.


오늘 무릎이 얼마나 아픈지.

아이 학원비는 냈는지.


알고리즘은

오직 '데이터'로만 말한다.


"이 가격에 팔지 않으면,

당신은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毋貪慕華麗

무탐모화려


"화려함을 탐하지 마라."


4차 산업혁명.

초개인화 서비스.

혁신적 물류 솔루션.

화려한 수식어들이 난무하는

서울의 밤.


節民之要, 莫先於節其力

절민지요, 막선어절기력


"백성을 아끼는 요체는

그들의 힘(노동)을 아껴주는 것이

으뜸이다."


알고리즘은

임대인의 수익을 아끼고

기업의 효율을 보태주었으나,


김 씨는

배달 수수료를 위해

뼈가 바스러지도록 치킨을 튀겨야 했다.


백성의 힘을 아끼기는커녕,

생존을 위해

그 힘을 바닥까지 쥐어짜게 만드는 기술.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아래를 깎아 위를 채우는

수탈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기술은

백성의 고단한 어깨를 가볍게 하는가?


아니면

그들의 힘을 착취하여

화려한 성을 쌓고 있는가?"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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