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침묵의 대가(완결)
두 명의 희생자가 발견되자 경찰 수사는 본격화되었다. 경찰은 사고 발생 며칠 전의 맨홀 작업 현장이 찍힌 CCTV를 거슬러 추적하다가, 현장소장 백동수를 불러내 조사를 시작했다.
"백동수 씨. 하수관이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형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백동수는 고개를 떨구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순간, 형사는 녹음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이미 녹취록을 확보했습니다."
형사의 말이 끝나자, 백동수는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하고 진술을 이어갔다.
"저는… 하수관이 막혀있는 걸 알았습니다. 이벌건 감독에게 준설을 요청했지만… 그가 거절했습니다."
진실이 폭로되자, 이벌건은 파면과 동시에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무유기 그리고 성상납 강요로 긴급 체포되었다. 한때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자만한 그는 차가운 수갑을 차고 허리에 호송줄이 묶인 채,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몰려든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그의 시야를 번개처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절망으로 일그러진 채 초점을 잃고 헤맸다. 이벌건은 그렇게 화려했던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비극적인 몰락을 맞이했다.
백동수 역시 이벌건에게 준설 작업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그 위험한 상황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는 이벌건의 권력에 굴복하여 침묵을 선택했고, 그 침묵의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한편, 경찰은 김 반장을 따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김 반장은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저... 저는 백동수 과장에게 분명히 보고했습니다. 하수관이 막힌 것 같다고요. 심각하다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준설 작업이 진행되지 않더군요. 답답해서 제가 직접 민원을 넣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형사는 김 반장의 진술을 토대로 구청 준설팀에 대한 민원 기록을 확인했다. 기록에는 김 반장의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내용을 본 김 반장은 희망을 품었다. 이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스쳐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형사가 건조한 목소리로 준설팀장의 증언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준설팀장 말에 따르면, 김 반장님 민원을 보고받은 이벌건이 격노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감히 노가다 반장이 행정 시스템에 개입하려 드냐'며 서류를 집어던지면서 말입니다. 노란 아파트 준설은 백동수 과장 회사에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 반장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자신이 애써 넣은 민원이 어떤 오만함에 의해 짓밟혔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시민의 안전을 걱정한 자신의 절박한 호소가 단지 '주제를 모르는 짓'으로 치부되었다는 현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의 민원은 시스템의 무시와 권력의 오만 앞에 무력하게 짓밟혔다. 그리고 지금, 무시당한 경고는 참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김 반장은 집에 돌아와서도 뉴스를 끌 수 없었다. TV 화면에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호송되는 이벌건의 모습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아내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 많이 힘들어 보이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김 반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백동수도 이벌건도 움직이지 않아서 자신이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건 '노가다 반장'이라는 모욕적인 말과 함께 묵살당한 진실뿐이었다.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무기력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의 폭력이었다.
김 반장은 어린 시절 배웠던 먹이사슬을 떠올렸다.
풀을 메뚜기가 먹고, 메뚜기는 개구리가 먹고, 개구리는 뱀이 먹고, 뱀은 매가 먹고, 매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 다시 풀을 기르는 양분이 되는, 그 그림을 말이다.
그 먹이사슬을 배울 때만 해도, 자신이 하도급의 하도급, 그 밑바닥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다. 다만, 고된 삶의 이유를 그것에서 찾을 때마다 그의 마음은 답답해졌다.
침묵이 앗아간 두 생명에 대한 책임은 김 반장 삶의 무거운 짐이 되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이겠지만, 그는 그 짐을 기꺼이 짊어지기로 결심했다.
먹이사슬 제일 아래, 하수관을 기어들어가는 인생. 그런 삶도 이 세상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