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역사문화공원, 산책이야기.
남양주 다산으로 이사한 뒤, 외곽순환로를 지나다 가끔 보던 신도시 '별내'가 어느새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별가람마을, 별사랑마을, 별빛마을, 미리내마을. 별을 테마로 한 이름들이 가득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름들만으로도 이곳은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별이 내리는 동네라니, 이름이 너무 예쁘지 않아?"
아내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산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 별내 역사문화공원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드물었다. 한적한 공원이었다. 공원 주위에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더욱 평온해 보였다. 처음 찾은 곳이지만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익숙한 산책로였다.
걷다가 조용한 그늘 밑 의자에 앉아 습관처럼 지명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별내는 행정통합을 하며 '별비면'과 '내동면'을 합쳐 만든 이름이었다. 그런데 '별비'의 '별'은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벼랑을 뜻하는 옛말이고, '비'는 비탈을 뜻했다. 불암산과 수락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에서 유래한 이름. 즉, 별비는 큰 산으로 둘러싸인 비탈진 지형이었다.
"어머, 별에 그런 의미가 있었어. 정말 의외네."
아내가 말했다.
언어는 상상력이 닿는 순간 마법을 부린다. 처음에는 별이 내리는 아름다운 동네를 상상했지만, 그곳은 벼랑으로 둘러싸인 비탈길이었다. 이름이 품은 상상력 덕분일까, 이 평범한 산책로는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벼랑과 비탈이라는 현실 위에 '별이 내리는 동네'라는 꿈이 겹쳐지면서, 이곳은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워졌다.
공원 한복판에 자리한 구정 남재 선생의 묘역 앞에서 우리는 걸음을 멈췄다. 묘역을 둘러싼 소나무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남재는 자신이 점지한 명당자리를 태조 이성계의 능으로 기꺼이 양보했고, 이에 감동한 태종이 불암산 기슭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남재가 양보한 그 자리에 태조의 능인 동구릉이 조성되었다.
왕숙천을 산책하며 매일 만나는 동구릉이 이제 그들의 이야기로 더욱 정감 있게 보일 것 같다.
별내가 아름다운 것은 비탈진 어원을 넘어 별빛으로 상상하는 마음 때문인 것처럼, 세상의 모든 비탈진 곳도 빛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은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