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의 꿈
<용형호제 2>의 대형 간판이 걸린 극장 앞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몰려드는 인파로 들끓었다. 추석 연휴의 들뜬 공기 속에서 연탄불 위의 오징어들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맛깔스럽게 익어갔다.
그의 이마에선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집게를 든 손은 마치 공장 기계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였고, 연기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맛있게 구워 드릴게예! 쫌만 기다려 주이소!"
줄을 선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손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영화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조급해진 그들은 가격도 제대로 묻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그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리어카 위의 오징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갔고, 그의 허리춤 돈주머니는 점점 무거워져 갔다.
영화가 시작되고 줄이 끊어져도 그는 여전히 바빴다. 먹기 좋게 오징어를 가위질하고, 비닐봉지에 땅콩을 한 줌씩 담아가며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건어물 사장이 자전거에 오징어를 가득 실어 와 말했다.
"와, 몇 년 만에 이런 장사는 처음이네! 김 여사가 돈은 넉넉히 준다 카데?"
그는 연신 땀을 훔치며 싱긋 웃었다. 아무도 모르는 영업 비밀을 가슴에 품은 그는 오징어를 수북하게 쌓았다.
밤이 깊었다. 자취방의 낡은 형광등 아래서 그는 돈주머니를 풀어헤쳤다. 김 여사에게 줄 자릿세 20만 원, 오징어 물건값, 그리고... 건달들에게 줄 돈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계산하고 남은 돈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백만 원이 넘었다.
월급의 네 배를 넘는 거액이었다. 촌에서 일 년 내내 허리가 휘도록 벼농사를 지어도 손에 쥐기 힘든 돈이다. 이 돈은 고향에 돌아가 자랑할 증표였다. 그가 도시에 온 이유였고 목적 그 자체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밤늦도록 잠 못 이루며 지폐를 만지작거렸다. 까끌한 촉감, 낯설고 비릿한 지폐의 냄새.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이렇게나 잘 팔리다니!'
희망찬 계획들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그래, 내일부터는 가격을 올려야제. 큰 거는 이천 원. 작은 거는 천 원씩 더 받아도 된데이. 오늘 장사가 그 증거 아이가!"
'김 여사님이 돌아오시면…'
자리를 인수하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김 여사가 권리금으로 거액을 부르면 어떡하지. 시골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분명 기뻐하며 땅문서를 내줄지도 모른다. 온갖 상념에 그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무이, 아부지! 아들이 부산에서 너무 잘 나가 가지고 명절에도 집에 못 갔지만, 소 한 마리 사드릴 게예. 오징어가 미친 듯이 팔려예!'
새벽마다 닭 울음소리에 맞춰 일어나 밭을 갈던 고된 나날들이 갑자기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는 밤새 지폐를 세고 또 세다가, 옷장 깊숙한 곳에 소중히 숨겨두었다.
추석 연휴 둘째 날은 첫날보다 더 바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징어는 불티나게 팔렸고, 돈 주머니는 어제보다 두 배는 묵직해졌다. 그는 이제 김 여사가 가르쳐준 것보다 더 능숙하게, 더 빠르게 오징어를 구워냈다. 아가씨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아이들에게 땅콩을 한 줌 쥐어주자 할아버지가 오징어를 가족 수대로 집어 들었다.
마지막 상영이 시작되자 극장 앞은 언제 그랬냐는 듯 썰렁해졌다. 왁자지껄했던 활기는 간데없고, 어색한 적막만이 남았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마지막 남은 오징어 몇 마리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작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자, 커다란 영화 간판 속 성룡이 주먹을 휘두르며 뛰어내리는 역동적인 모습이 유난히 번뜩이는 것 같았다.
<용형호제 2>
그도 성룡처럼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구현 작가의 다음 이야기 안내✳✳
현재 연재 중인 소설 [오징어의 꿈]이 이번 달에 막을 내립니다.
연말까지 이어질 새로운 두 편의 작품에 더욱 몰입하실 수 있도록, 다음 주 월요일(10월 13일)부터 소설 연재 시간을 저녁 8시로 조정합니다.
신작 [추어탕], [크리스마스 점등식]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늘 읽어주시고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현 작가의 작품에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