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오징어의 꿈

by 구현

"오징어 김 여사 어데 갔노?"


갑자기 등 뒤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그의 온몸이 경직되었다. 낯선 목소리가 가진 불쾌한 위압감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번들거리는 가죽 재킷을 입은 험악한 인상의 사내 두 명이 오징어 리어카 앞에 멈춰 섰다. 날카로운 눈빛, 살벌한 미소가 번뜩였다. 극장가에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니던 오락실 건달들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달콤했던 상상들이 한순간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차가운 냉기가 등골을 타고 파고들었고,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니는 뭐 하는 새끼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그의 귓가를 찔렀다. 입안에서 쓴맛이 돌기 시작했고, 털이 쭈뼛 섰다.


"고향... 가셨심더!"


자신도 모르게 말끝이 떨렸다.


"뭐라카노! 고향? 이 대목에 고향을 갔다고? 그건 그렇고, 오늘 제법 벌었을 텐데, 어데 한번 보자."


건달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그 손길이 자신의 품속 돈주머니를 노리는 것을 느끼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돈은 김 여사님 돌아오시면 다 드려야 합니더. 저는 그냥 사흘만 알바하는 겁니더."


어떻게든 김 여사를 핑계로 이 위기를 모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서운 손길이 그의 뺨을 강타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돌아갔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뺨의 화끈거림이 머릿속까지 번져갔고, 귀가 먹먹해졌다. 고통보다 더 뼈아픈 것은 굴욕감이었다. 성공한 도시 사람이 되리라던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 새끼가! 어데서 말대꾸하노!"


다른 건달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그의 뺨을 또 후려쳤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고통이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려 했던 그의 의지는 무참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번쩍이는 검은 구둣발이 그의 명치를 강하게 걷어찼다.


컥!


숨이 턱 막히고, 고통조차 느낄 겨를이 없는 지경으로 길바닥에 쓰러졌다. 숨을 쉴 수 없는 두려움에 전신이 경직되었다. 차갑고 거친 아스팔트가 뺨에 닿는 순간,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차츰 호흡이 돌아오자 몸 전체에 퍼지는 통증과 함께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극장가 한복판에서 무참하게 맞고 있는데,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다.


주변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노점들은 황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순찰을 돌던 극장 경비원조차 멀찍이 서서 담배만 피웠다.


"이 개새끼가 뒤질라고 환장했나! 대가리에 똥만 찼나, 이 미친 새끼야!"


건달들은 쓰러져 헐떡이는 그에게 잠시 틈도 주지 않았다. 무자비한 발길질이 쏟아졌다. 욕설로 튀는 침이 비처럼 내렸다. 그는 겨우 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각각의 발길질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몸의 고통만이 아니었다. 부모님께 자랑하려던 계획, 이제 막 시작하려던 꿈이 무너져내리는 소리였다.


돈주머니를 낚아채간 건달이 대충 세어보며 낄낄거렸다.


"야, 이 새끼 돈 존나 많이 벌었네! 삼백 넘겠다!"


건달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김여사 없을 때는 우리 끼다. 이게 이 바닥 룰이다 이기야."


그리고 건달들은 돌아서며 한 마디를 더 던졌다.


"내일도 자리 똑바로 지키라. 자리 비우면 김 여사 자리도 없는 기라. 알았제!"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진 후에도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피가 흐르는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오징어 리어카를 끌고 리어카 보관소로 갔다.


보관소 주인이 무심하게 손을 내밀었다.


"연탄불 값하고 자릿세 이천 원."


그는 텅 빈 돈주머니를 뒤적였다.


단 한 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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