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0(FRI)
휴가를 다녀와서 그런지 새삼 빠르게 다가왔던 금요일이었어. 저녁을 먹고 점점 느지막히 지는 햇빛을 보면서 이 글을 써. 사회에서 보면 더 예쁠테지만 군대에서도 나름 느낌이 있단다ㅎㅎ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니? 시원한 음료한잔에 햇빛 아래에서 느끼는 여유도 가끔씩은 가져보렴. 이런 것이 진정한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해.
새벽부터 근무가 있던 날이었어. 최대한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안타깝게도 방이 너무 시끄럽더라고..ㅜㅜ 생활관의 말출을 나갔던 전역전 친구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어서 점점 시끄러워지고 있어..ㅠ 앞으로 참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해. 이제부터 2주정도는 진짜 시끄러울거고, 그 후로도 동기들끼리 한 방에 모이게 되서 잠을 일찍 자기는 어려울 거거든..
어제밤엔 한시간정도 최대한 자려고 귀마개에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 안대까지 해봤는데 너무 답답해서 잠이 안 왔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불을 가지고 독서실로 내려와서 잤단다. 아마 앞으로 많이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냥 아예 올라가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역시.. 전에 우려했던대로 내가 원하는 스케줄대로 자는 게 마음대로 될 것 같지는 않아. 군대생활 참 쉽지 않다..ㅠ
잠깐 이야기가 샜네.. 그렇게 새벽에는 독서실에서 자다가 근무를 다녀오고 나서는 방에 올라가서 잠을 잤어. 어제 많이 뛰어서 힘들었는지, 오늘도 10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단다. 다행히 점심은 잘 먹고 오후에는 할일을 할 수 있었어.
할일을 하다가 한 후임분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네왔어. 내가 집을 지은 이야기를 듣고나서 흥미가 있었는지 더 듣고 싶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그러면서 내 과거의 이야기에 대해 한번 더 깊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안 그래도 그 시간에 내가 쓸 책 목차들을 적어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책에 쓰일 내용을 다시 돌이켜보는 좋은 계기였어. 오늘은 너희들과도 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해보려고 해.
집을 지었던 이야기부터 쭈욱 말을 했단다. 너희들은 내 과거의 이야기를 다 알겠지? 그래도 그때 기억하는 것과 지금 기억하는 것은 세월의 차이가 있을테니..ㅎ 이야기를 해볼께.
나는 5살쯤에 아토피라는 피부병을 가지게 됬어. 아토피는 온몸이 간지럽고 스스로의 몸을 긁어서 피도 나는 질병이야. 그런 병을 얻게 된 이후로 나는 철저한 식단 관리와 약을 복용하게 됬단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버틸만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될수록 아토피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점차 학교에 적응할 수 없게 됬단다.
그즈음 여러 약을 찾아다니다가 나는 새로운 약을 복용하게 됬어. 그런데 그 약은 심각한 스테로이드제였단다.. 나는 결국 뇌의 혈관이 축소되어 기억력을 잊어버리기 시작했어. 학교에서도 무엇인가를 배워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수였지. 게다가 몸이 간지러워서 수업에 집중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들었단다.
점차 증세가 심해지면서 나는 삶에 대한 큰 회의감을 느꼈어. 몇년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 나뿐만 아니라 간지러워서 소리지르는 나 때문데 온 가족이 뜬눈으로 지새우던 날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단다. 긁지 못하게 하려고 끈으로 결박하고, 묶고, 붙잡고, 등등.. 가족들이 참 많은 고생을 했어. 아침에 일어날때면 침대에 피가 흥건해서 엄마는 매일 내 이불을 빨아주시느라 고생하셨단다.. 어릴때는 쉬지 않고 나오는 내 피를 보면서 “피는 도대체 언제야 멈출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 그 시절 나의 꿈은 다른 아이들처럼 악어가죽같은 피부가 부드럽게 되서 흰색옷을 입어보는 것이었어. 피가 매일 뭍어나서 빨간색 옷을 즐겨 입었었거든.
학교에서는 당연히 집중을 할 수 없었어. 나는 시험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기억이 안 나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어. 참.. 힘든 시기였지. 나는 이 시절 자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단다. 부모님께 밤마다 이야기했어. 이렇게 살아야한다면 그냥 죽겠다고, 가족들까지 힘들 필요는 없다고,.. 자살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도 했었고 제발 죽고 싶다는 생각은 내 어린시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었어.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게 됬단다. 엄마는 항상 내가 죽고 싶어할때면 나보다 더 비참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어. 이 두사람은 어쩌면 내 어린시절 비참했던 내 자신의 삶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분들이었지.
첫번째는 이지선씨의 이야기였어. 이분은 젊은 시절 성공한 삶의 가도를 달리다가 어느날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온 얼굴에 화상을 입는 큰 중상을 입으셨던 분이였어… 다행이 30번의 수술을 통해 극적인 재활을 통해서 살아나셨는데, 망가진 얼굴과 몸을 가지고도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계셨어. 지금도 사회에 많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으셔.
두번째 분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야. 팔다리가 없이 태어난 이분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충격이었어.. 어릴때부터 자살시도를 정말 많이 하셨다고 해.. 정말 얼마나 힘드셨을지 내 조금의 아픔으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그분도 한 중증 장애인의 기사를 보면서 삶의 관점이 달라지셨다고 해. 나만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구나..! 하고는 장애의 몸을 가지고도 모든 것에 시도하시고 감사하는 삶을 살고 계셨지.
이 분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내 자신은 뭐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나는 팔다리도 있고, 얼굴도 잘 있고, 손도 잘 움직이는데 내가 불평불만하고 죽겠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내 머리를 누군가가 크게 망치로 때리는 것 같았어.. 그 이후로 감사하지 못할때면 닉 부이치치의 책을 항상 꺼내봤단다. 얼마나 봤는지 이번 휴가때 가서 보니까 책이 너덜너덜해져 있더라고. 너희들에게도 꼭 물려주고 싶은 책이야.
그렇게 그때부터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단다. 물론 몸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아보기로 했어. 그렇게 내 자신의 마음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
그때쯔음 부모님은 큰 결정을 내리기로 하셨어. 내 아토피가 아파트라는 환경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셔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보기로 한거야. 그렇게 부모님은 전원주택을 알아보러 여기저기 다니셨었지. 하지만 전원주택들은 다 우리의 경제적 상황과는 맞지 못했단다. 이때 아버지가 한권의 책을 읽게 돼. <흙부대 집짓기> 라는 책으로 쌀부대에 흙을 넣어서 벽돌처럼 쌓아만드는 흔히 earth bag house 라고 부르는 흙집이었단다.
아버지는 이 책을 읽자마자 나에게 필요한 집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어머니랑 이야기를 하시다가 바로 우리 집을 짓자! 라고 말하셨지. 그렇게 우리의 집짓기는 시작됬단다. 경제적 부족함은 부모님의 아들 사랑을 이기지 못했지. 우리는 인건비를 아껴보려고 거의 모든 작업을 우리가 하기로 하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산골짜기에 있는 조그마한 동산을 하나 샀어.
그즈음 우리가족이 살던 아파트에서 나가야만 했단다.. 우리는 일단 모든 짐을 다 콘테이너에 넣어두기로 했어. 언젠가 집이 완성되면 써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는 동네방네 다니며 방을 구하기 시작했어. 그러던 중 정말 다행히 마을의 한 노부부의 집에 창고로 쓰이는 단칸방에 세를 들어 살 수 있었단다. 정말 작은 집이었어. 한 7평이나 될까..? 그곳에 우리 가족 네명과 다 들어가지 못한 짐들을 박스로 쌓아두었지. 화장실은 있었지만 너무 열악하고 온수도 나오지 않아서 사용할 수가 없었어.. 우리 가족은 목욕탕에 다니면서 살았지. 화장실에 가고 싶을때면, 근처 풀숲에 가서 해결했던 적이 많았어..ㅎㅎ 잘때면 천장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도 나고, 가끔씩 길 고양이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지만, 우리가족은 참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 건너편 멀리 보이던 조금씩 기둥이 올라가는 우리집을 보면서, 매일 힘을 얻을 수 있었단다.
우리의 집은 계속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어. 우리가족 모두 건설에 관해서는 ‘건’의 ㄱ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것밖에 없다는 오기를 가지고 죽기살기로 했던 것 같아. 다행히 집짓기를 해보셨던 할아버지께서 계셨지만, 집짓기 공법이 워낙 특이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어야 했어. 정말 여러 과정속에서 우리 가족은 다치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어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집을 다 지을 수 있게 되었단다.
가장 놀랄 사실은 집을 지으면서 그동안 절대 흘리지 않았던 땀을 엄청 흘리면서 내 아토피는 자연 치유가 되었다는 거야. 아토피를 가진 사람은 땀구멍이 막혀서 노폐물이 몸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피부 질환이 되는데, 구멍이 막혀있다보니 왠만한 운동으로는 땀도 잘 나지 않고 땀이 나도 많이 따가워서 금방 그만하게 되거든. 그 따가움을 완전히 넘어서야 치유가 되는 것이었지. 부모님도 나도 내 아픔을 신경쓰지도 못했던 때에 기적같이 아토피는 사라지고 있었던 거야.
그 후로도 내 아토피는 가끔씩 튀어 나왔지만, 집이 완전히 지어지고 1년정도 생활을 하자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단다. 사실 언제나 봐도 내 팔이 깨끗한 것이 신기해. 어릴때는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팔이었는데 말이야. 집에 이사를 가고 나서 인생 처음으로 육개장 사발면을 뜯을때가 생각나. “엄마, 컵라면에는 물을 어떻게 부어?“
그 후로 새 집에 살면서 미국유학을 떠나기까지, 오늘 내 삶을 전반적으로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단다. 너희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것을 느꼈니? 참 신기하다고?ㅎㅎ 맞아. 참 신기한 삶을 산 건 맞지.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가 참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서도, 그 속에서 느낀 많은 것들을 쉽게 까먹고 있었다는 거야. 가끔씩 너희들도 그런 것을 느끼니? 과거를 돌이키다보면 내가 그런 일을 했었다고? 하는 순간들 말야. 뭔가 그 일들을 회상하면서 지금 내 자신의 행동이나 걱정들을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해. 이런 경험들을 많이 했던 내가 왜 이리 어리석고 냐약하지..?ㅜㅜ 하면서.
가장 먼저는 하나님께 감사해. 지금까지 지켜주시고 피부병도 다시 안 생기고 살 수 있게 해주신것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절대로 집을 다 짓지 못했을거라고 확신해.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자신이 언제나 이 일들을 기억하고 살아가길 바래. 물론 내 자신속에 다 녹아져 있겠지만, 그만큼 더 겸손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나로부터 배우는 하루였어. 너희들도 한번 너희가 살아왔던 날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렴. 배울점들이 많이 기억날거란다.
우리 항상 배운 것들을 잊지 말자.
-위 내용은 나중에 내 책으로 다시 더 자세히 내어보려고 해.-
오늘도 너희를 많이 사랑한다.
안녕.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