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5(TUE)
오늘은 뭔가 기가 쭉 빠지는 날이랄까..? 그랬어.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느껴서 평소와는 다른 하루였어. 그냥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더라고.. 그래도 너희랑 이야기라도 하면서 마음을 조금 정리하려고 이 글을 써.
새벽 1시반 정도까지 41기가 가는 것을 기념으로 나도 빠르게 할 일들을 끝내고 방으로 가서 동기들이랑 41기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한 후임친구 혼자 자다가 갑자기 "쫌 자자!" 라고 하는거야. 우리는 이제 못 볼 사이이니까 못 다한 이야기들을 조금 하면서 늦게 자려고 했는데 조금 많이 아쉬웠어. 그래서 불을 끄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쌍욕을 혼자 막 하더라고..
뭐.. 아쉬웠지만 일단 다들 자기 자리로 가서 자기로 했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더 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더라.. 근데 그렇게 말한 친구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를 하기는 해. 나도 전에 다른 선임들이 전역할 때 그랬었으니까..
그런데 그냥 다들 그러고 있는데 혼자 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것은 조금 아쉬웠어.. 나는 단체생활이다보니 다수가 하고 있으면 그것을 존중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규칙에는 조금 어긋나더라도 군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한번씩은 있는 것 같아. 마음은 이해가 잘 가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어..
그렇게 2시쯤 잠들어서 완전히 늦잠을 자서 정말 오랜만에 출근하기 직전에 일어났어..ㅠㅜ 그래도 일어난게 다행이지.. 그러고는 빠르게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어. 늦게 일어나서인지 할 게 많았어서 41기랑 마지막 인사를 해주지 못한것이 내내 기억에 남았어..
점심을 아예 안 먹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편의점에 가서 후임분들것까지 빵이랑 커피를 사갔어. 이제 곧 전역이 앞인데 이렇게 무엇인가를 사주는 날도 거의 없을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사주었어. 지금껏은 거의 후임들에게 무엇인가를 사주지는 않았었거든..
그렇게 간단히 식사를 때우고는 후임분들이랑 군대이야기를 하다가 퇴근했어. 생활관에 돌아오니까 주임원사님이 생활관 순찰을 도셨는데 우리 생활관이 가장 깨끗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ㅎ 최선임 호실이 제일 깨끗하다고 말야. 별 것 아니였는데 그냥 칭찬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더라.
여러가지로 느낀 점이 많던 하루였어. 대기실에서 오늘은 정말 아무 공부도 안하고 후임분들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다 보냈는데 배울 점이 참 많던 대화였어.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나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고 내 자신을 다시금 메타인지하는 시간이었어.
한 후임이 마음이 답답한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했어. 군대에서 삼수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냥 이 길이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데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억지로 가는 것 같아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거야. 부모님은 계속 학업을 잘 하길 바라시고.
전형적인 한국의 서울 부모님 같은 스타일이셨어. 아이들을 좋은 대학, 의사, 등등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 말야. 그냥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점점 정체성이 없어져 간다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는 많이 안타까웠어.. 정체성 면에서 내가 얼마전 했던 생각과 비슷하기도 했고 그런 부모님 밑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으니까 내가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할 것 같더라고..
부모님이 만들고싶은 자신이 되고자 노력을 하다보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뒤엉킨 상태가 된 것 같다는 말에 동감도 되었어. 사실 지금 나의 상황과도 똑같다고 볼 수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상태는 나도 완전히 똑같으니까.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인가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말해주고 싶었는데 나도 너무 같은 처지라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 그냥 내가 느끼는 한국교육의 아쉬움들을 이따금씩 이야기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근데 내가 느끼기로는 그냥 괜히 오지랖 떨었나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조언을 할때는 아주 신중히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됬어. "나는 이랬는데.." 등의 조언은 그저 내 자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우게 됬어.
그렇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느낀 것은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 거였어. 나의 부모님은 단 한번도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라고 말씀하신적도 없었고 닥달한적도 단 한번도 없었는데도 나는 무엇을 시도하는 것을 그리도 두려워하고 안전지대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것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
다 준비가 되어있고 내가 집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힘들어하는 내 자신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어.. 한국에 있는 참 많은 학생들은 나와같은 행운을 갖지 못한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행운을 가진 내가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내 자신을 비춰보게 됬어. 앞으로는 그런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실제로 행하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내가 걸어본 길들을 알려주며 조금이라도 그런 처지에 있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
군대이야기도 하면서 후임분들이 생각하는 우리 중대의 문제점들에 대해 듣으면서도 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다시금 알게됬어. 아마 같이 있는 후임친구들이 점점 선을 넘는 행동들을 해서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
뭔가 강한 기준이 없다보니 친구들이 하나둘 풀어진다고 하더라고. 지금까지 우리 중대는 참 분위기가 좋았었어. 그 분위기는 딱 내 기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우리 기수가 처음 들어왔을땐 말 그대로 '꼽창' 이 많던 곳이었는데 내가 꼭 바꾸고 싶어했지.
그래서 나는 내 후임부터는 존댓말도 써주고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한 것 같아. 혼내기보다는 칭찬을 해주고 부드러움으로 대해주었지. 사실 그렇게 우리 중대는 꽤 오랬동안 아주 잘 돌아갔어. 다들 서로를 존중해주고 존댓말도 해주고 그랬지.
그런데 요즘들어 새로오는 친구들부터 그 부드러움이 남용이 되어가고 있더라고.. 워낙 내가 군대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잘 몰랐었는데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서 다른 후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그냥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기가 미안하더라고..
물론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그냥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아쉬웠어. 왜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저 실수덩어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왜 이런 인간의 속성을 무시하고 유토피아를 실현하려고 했을까. 왜 언젠가는 계속 실수가 돌고 돈다는 것을 몰랐을까.
다시한번 두려움과 원칙은 필수조건이고 사랑과 관용은 충분조건이라는 군주론의 가르침이 기억났어. 나는 충분조건을 필수조건으로 작각했던거지. 그러면서 신병생활관장까지 하면서 후임친구들을 더 풀어주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더라고. 나는 언제나 쓸데없는 관례들을 다 없애고 싶어했는데 그 관례들이 인간이라는 부족한 존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고삐와도 같다는 것을 몰랐던거지.
뭔가 내가 게속 스노우볼을 굴려오다가 후임친구들에게서 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물론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내가 너무 리더쉽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직에 있어서는 골병을 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뼈 아프게 느꼈어.
내 자신에 대해 메타인지를 더 정확하게 하는 오늘이었어. 내 생각만을 가지고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내가 고쳐야 할 부분들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배우게 됬어. 내가 보지 못했던, 거울에 들지 못하는 내 뒷모습까지 보게 된다고 해야할까.
참 복합적으로 마음이 복잡해서 많은 시간 멍을 때리면서 보낸 하루같아. 독서도 하지 않았고 모닝 다이어리도 쓰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큰 지혜들을 많이 배운 하루였어. 다시금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나누어보는 토론이 내 배움과 향상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면서 앞으로는 반드시 계획표에 여유를 두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많이 아쉽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기본을 모르는 이런 부족한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군대라는 말이 많고 계급사회에서 이런 실패를 경험하면서 그 어느누구보다 더 확실히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을 배웠다고 생각해. 그것 때문에도 조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실패를 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잘 했다고 토닥여주는 중이야. 앞으로도 이와같이 많은 실패를 해야할텐데 그때마다 많은 것들을 배워가다보면 언젠가는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중대에 남아서 아직 군생활이 많이 남은 친구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런 상황을 다시 역전시키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많이 있을거라고 감히 생각해 봐.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너희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는 너희들이 이것만 기억했으면 좋겠어. 공부만 하기보다 너희가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열심히 찾아나서길 바라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란 아주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꼭 잊지마렴. 하나님이 오시지 않는 이상 이 땅에서는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
너희들의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내게 꼭 말하렴. 위험한 것이 아닌이상..ㅎ 다 지원해주려고 노력할거란다:)
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한번 너희들의 삶에 적용해보렴. 너무 공부만 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니? 어떤 조직을 이끌어가는 기회가 있어? 한번 곰곰히 같이 생각해보자.
그럼 이만. 나는 하늘이 너무 멋져서 조깅을 하러 가볼께ㅎㅎ 언제나 건강을 최선으로 생각하렴.
오늘도 정말 사랑한다.
안녕.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