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극/허균 토론전
허균
전하, 서얼 차별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명주에는 마땅히 재능이 있는 인물들이 많사오나,
신분의 제약과 성별의 다름으로 인해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동
어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감히 왕을 찾아가 저리 말하다니.
난설
흥, 네 놈은 더하지 않았더냐?
길동
큼, 그, 그런가? 하여?
난설
편전 안이 조용해졌지... 평등?
신분의 제약을 두지 않고 만인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어라...
길동
흐음, 이이첨이 이를 두고 보았소?
무대 한 쪽에서 이이첨이 나온다.
이이첨
두고 볼 리가 있더냐!
사이,
전하, 신분차별은 당연한 것입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방향을 향해 흐르듯,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차별은 필연적이고 완벽한 결과이옵니다.
길동
아휴, 역시나, 였구만.
난설
하여, 균이가 말했단다.
허균
핫, 또 자네인가?
하늘이 재주를 고르게 주었는데,
자네 같은 자들이 문제야.
이를 가문과 문벌로써 제한하니,
인재가 모자라는 것도 당연하지.
길동
(극중극에 뛰어든다) 이를 말씀! 중원의 저 대국을 보시게.
저들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시험과 과거를 거쳐서 인물을 뽑는다네.
저 넓디넓은 대국도 사람을 구별하고 가려 쓸 진데
하물며, 우리 명주라고 못 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난설
(미소) 그래, 맞다. 균이는 그렇게 말했지. 허나,
이이첨
말씀을 삼가시게!
이는 마치 대국이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듯이 들리는군.
허균
훗날은 다를 수 있으나, 적어도 지금은 그러하네.
법제와 제도, 국가의 존립과 이치에 관하여 배울 것이 있다면
대국인들 어떠하고 왜국인들 어떠하겠나.
이이첨
저런, 사대주의자 같으니! 전하, 이를 두고 보시렵니까!!
길동
그래, 왕은 뭐라고 했소?
난설 ...왕?
난설, 천천히 왕좌로 올라간다.
마치 왕이라도 된 것처럼,
소리Na 그 때, 왕은 이렇게 말했다...
난설/왕 ...이 안건에 대해 다른 신하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이첨/최범
(이이첨 배우가 최범의 연기를 한다) 영의정 최범 아뢰옵니다.
길동
최범? 이 자는 이이첨이 아니오?
난설
네 눈에도 그리 보이느냐? 균이도 그랬단다.
이름만 달랐을 뿐, 최범 또한 이이첨으로 보였다, 하더구나.
이이첨/최범
차별은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범과 사자도 우두머리와 이를 따르는 무리가 있사옵니다.
저 금수들 또한 그러할 진데 사람은 어떠하겠습니까, 전하.
길동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짐승이 다른 것이야!
이이첨/최범
지금 감히, 영의정의 안건을 반박하는가!
길동
(금방이라도 칼을 뽑을 듯) 내 저 놈을 그냥!!
허균
그만! 그만... 백번 양보하여 차별을 한다, 칩시다.
좋습니다! 그리합시다!!
다만, 능력과 재능으로 그 기준을 삼아야 합니다.
그 차별의 기준을 어찌 범과 사자로 예를 들 것이며,
금수의 힘만으로 논하려 하시오!
난설
또 다른 신하가 이를 반박하였다. 그 또한 이이첨이였지.
이이첨은 아니었으나 이이첨이었다. 허균에게는 그리 보였단다.
이이첨/또 다른 신하
전하, 차별은 어떠한 측면에서는 참으로 공정한 것입니다.
이 세상은 하늘과 땅을 구분 삼아,
대국과 소국, 천재와 범인, 위인과 소인 등,
각기 다른 수준의 차별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다면,
혼란과 불안만을 야기할 뿐이옵니다, 전하.
허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과의 균등이 아니오.
시작과 과정의 '평등'입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차별이 있다면, 내 이를 부정하지 않겠소.
허나! 우리 명주는 어떠합니까!
저 사대부와 명문가!! 어찌 이들의 자제들만 권력을 누린단 말인가!!
내가 이 제도를 다시 정리할 수 있다면!!
이이첨/또 다른 신하
(조롱하듯) 왕이라도 되려고 그러시오?
허균
(발끈) 아무렴!!! 이 내가,
난설
그만하거라, 균아!!
배우들, 다들 멈칫.
길동
...그래서? 그래서 어찌 되었소?
난설
정적... 아주 짧은 그 순간, 왕이 이렇게 말했다더구나.
이제 이이첨 역의 배우가 왕이 된다.
이이첨/왕
그만, 그만하라...
허균은 가만 있으라...
길동
어찌, 이런 일이... 지금 나는 망상 속에 빠져 있는게요?
이제는 왕도 이이첨처럼 보이는구려.
난설
그래, 부정하고 부패하는 이는, 모두가 이이첨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
허균
아아, 세상은 온통 이이첨의 손아귀에 놀아나는구나.
이이첨/왕
허균은 말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
허나 신분철폐는 명주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허균
전하아!
이이첨/왕
각자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보상이 달라져야만,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법.
능력이 곧 신분제고, 신분제도에 의해 역할이 결정된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
길동
어찌, 일국의 왕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이첨/왕
따라서, 과인은 현재의 신분 체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계급과 출신에 따라 차별하는, 명주를 만들 것이다.
길동
닥쳐라, 이 놈!!!
길동, 발끈, 검을 뽑으려는 순간!!
난설 자신의 검으로 이를 막는다. 탁!
난설
...아직, 때가 아니다.
사이, 길동 천천히 검을 내린다...
허균
...참으로 고독하구나. 저기 편전에 있는 왕도 이이첨이요, 신하들도 이이첨이었고
이이첨 또한 이이첨이었다. 세상은 온통 이이첨으로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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