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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김소정 Aug 27. 2023

그림책 읽기4_꽃밭의 장군

재닛 차터스 글. 마이클 포먼 그림. 김혜진 옮김.

꽃밭의 장군


난데없이 아름다운

꽃밭의 장군/ 재닛 차터스/ 뜨인돌어린이




오래 되어도 읽히고 좋은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요. 『꽃밭의 장군』은 그림책의 고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61년에 만들어진 책인데도 그림이 촌스럽지 않아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두 작가는 1938년 영국 태생으로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어요. 두 사람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있으면 전쟁으로 짓밟히고 상처 난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게 회복되면 좋겠다는 작가들의 소망이 느껴집니다. 


조드퍼라는 장군이 있었어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날마다 무기를 닦고 총 쏘는 연습을 하도록 병사들을 훈련시켰죠. 밤이 되면 전쟁에 관한 책을 읽었고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말을 타고 달리는데 여우가 갑자기 튀어나와 풀밭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다행히 풀밭이 푹신해서 다치진 않았어요. 싱그러운 향기가 퍼지는 풀밭이 어찌나 포근하던지, 장군은 풀을 뽑아서 입에 물고는 따뜻한 햇볕을 쬐었어요. 걸어서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숲 속 동물들 다람쥐, 토끼, 들쥐, 제비, 멧비둘기도 보았고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아름다운 꽃밭이 나타났어요. 장군은 오랫동안 꽃밭에 앉아 꽃을 지켜보았어요. 

한참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장군은 자기가 꽃을 깔고 앉았다는 것을 알고 몹시 당황했어요. 장군은 꺾인 꽃 두 송이를 들고 와 꽃병에 꽂아두고 잠들었지요. 그날 밤, 장군은 수천 명의 병사들이 행진하는 꿈을 꾸었어요. 새와 동물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고, 병사들은 꽃을 짓밟고 뭉개버렸어요.


“멈춰, 멈추라고!”



장군은 꿈속에서 병사들에게 소리치며 깨어났어요. 

다음날 장군은 병사들에게 집으로 가서 각자의 일을 하라고 지시했어요. 병사 중 어부는 고기를 잡았고, 농부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렸지요. 갈수록 땅은 푸르러졌고, 꽃밭에는 꽃이 만발했어요. 열매와 곡식이 많아졌고, 물고기도 많이 잡혔지요. 풍요로워진 나라사정을 알게 된 이웃나라 장군들이 찾아왔어요. 조드퍼 장군은 두 장군을 친구처럼 대하며 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과 숲, 채소와 곡식이 가득한 들판, 공원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멋진 나라를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꽃밭으로 이웃나라 장군들을 데리고 갔어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요!
조드퍼 장군,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입니다!”

두 장군은 동시에 조드퍼 장군에게 말했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 인간성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마음입니다. 첫째 아이가 1학년 때 국어 문제집에 실린 시가 생각납니다. 

“풀밭을 걸을 땐 발끝으로 걸어도 풀꽃에게 미안해
 풀밭을 걸을 땐 내 발이 아기새 발이면 참 좋겠다“

시 바로 밑에 ‘왜 내 발이 아기새 발이면 좋겠다고 했나요?’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아이는


 ‘꽃이 아프니까’


라고 답을 썼습니다. 저는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치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약하고 작은 존재의 아픔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예뻤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식을 쌓고, 힘을 키워서 경쟁에서 더 많은 것을 쟁취해야만 하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그렇게 힘을 키워야만 멋진 자기만의 나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 가졌던 인간성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꽃을 많이 그리는 '문성식'이라는 화가가 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년배의 화가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것이다. 빈 밭에 어떤 작물도 없이, 아버지는 어디 내다팔 수도 없는 붉은 튤립을 마치 마늘밭처럼 심어놓은 적이 있다. 봄이 되자 튤립은 꼬물꼬물 나와 밭을 붉게 물들였다. 집에서 그 밭을 내다보면 흙빛 포도밭 사이 붉은 꽃이 피어 있는 우리 밭이 난데없었다.”


농부라면 마땅히 먹거나 팔 수 있는 곡식을 심어야할 텐데 화가의 아버지는 한 밭 가득 튤립을 심었습니다. 주위 사람들 보기에도 얼마나 이상했을까요. 하지만 인간이 유용한 것과 유리한 것만 좇을 때 사막처럼 마음이 메말라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일과 단지 아름답기 때문에 하는 일이 조금은 있어야 해요. 그럴 때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집니다. 문학과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도 다른 사람이 안도하고 편히 숨을 내 쉴 수 있는 작은 꽃밭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난데없이 아름다운 그런 꽃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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