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나를 웃게 만들어 주는 친구야

by 휘게

“엄마... M이 보고 싶어...”

“M도 온건이를 많이 그리워한대.”

“그래? M이랑 놀면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얼마 전 아이의 친한 친구가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4살 때 처음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사귀게 된 친구인데 얼마 전까지도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8월에 미국으로 떠났다. M이 떠난 뒤에도 온건이는 여전히 M을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다.

M이 떠난 뒤 글쓰기 수업에서 M의 이야기를 썼다.

미국에 간 M 역시 온건이를 그리워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M은 책상 위에 온건이가 적은 편지와 온건이가 접어준 메달을 전시해두었다고 한다.

표현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 아이임에도 M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종종 했고 어린이집선생님을 통해서도 결이 잘 맞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던 온건이의 친구가 멀리 떠난다고 하니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알기에 아쉬운 마음은 온건이만큼이나 나도 컸다(더구나 나 또한 M의 엄마와 이별해야 했기에... 흑).


헤어지기 며칠 전, M의 엄마가 건네줄 것이 있다고 잠시 만나자고 하셨다.

알고 보니 M이 온건이는 자신과 제일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선물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단다. 역사를 좋아하는 온건이를 위해 광개토대왕 블록을 전해주고자 오신 거였다. 내가 준비한 약소한 이별선물에 비해 온건이 취향저격 맞춤선물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M이 온건이를 그만큼 좋아하고 생각하는 줄 몰라 더 당황했다. 이민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M이 온건이에게 꼭 선물을 해야 한다고 해서 준비하셨다고 생각하니 더욱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나라면 해외이사로 짐정리하는 정신없는 와중에 아이의 우정까지 소소하게 챙길 수 있었을까?

M의 엄마에게 언뜻 들어도 이민을 앞두고 은행 업무며 막바지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던 걸로 아는데, 나였다면 아마 7살짜리 아들의 우정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 같다. 더욱이 온건이가 M처럼 내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았을 테니 나는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것이 뻔하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이런 섬세한 엄마를 본 적이 있다. 내 친구 K의 어머니.


중학교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친한 친구라고 하면 이름을 댈 수 있는 친구 중에 한 명이다(사는 게 바빠 자주 연락 못해 미안하다). K가 내 친구들 중에 일찍 결혼한 편이었는데 결혼식날 답례품을 받는데 답례품 하나하나에 친구 이름이 다 적혀있었다. 나중에 열어보니 K의 어머니께서 손 편지에 직접 만드신 손거울과 물들인 스카프가 들어있었다. 손편지에는 대충 K와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지내주어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런 답례품을 받아본 적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전무하다.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 답례품을 본 우리 엄마도 그 정성에 놀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결혼할 때 엄마는 이렇게까지는 못해. "

내가 해달라고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해달라고 할까 봐 지레 겁이 나셨는지(?) 단호하게 선을 그으셨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크기가 K의 어머니가 K를 사랑하는 크기보다 작을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의 방식은 다양하기에 그 크기를 감히 비교하거나 가늠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부모도 함께 소중하게 여긴다는 지점이 감동인 것이다.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드시고 포장하시고 편지를 쓰셨을 생각을 하니 15년이 지난 지금도 괜히 뭉클해진다. 딸에 대한 사랑이 넘쳐 딸의 친구들에게까지 와닿는데 딸인 본인은 얼마나 충만할 것인가?(꼭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충만할 것이라 추측된다)




M의 엄마 또한 한국을 떠나게 되어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해서 아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를 K의 어머니처럼 소중하게 여겨준 것이리라.

그런 다정함을 닮고 싶다.

그 다정함 덕분에 온건이는 선물 받은 블록을 가지고 놀 때마다 M을 생각하고 그리움을 달랜다.


“M은 나를 웃게 만들어 주는 친구야.”


M이 떠나기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온건이는 잠들기 전 내게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M이 떠날 날이 다가오자 온건이도 마음이 뒤숭숭했던 것 같다. 친구란 온건이 말 그대로 나를 웃게 하는, 내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존재다. 온건이는 M과의 우정을 통해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온건이를 웃게 만들어 준 친구 M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7살 난 둘의 우정에 대해 쓰다 보니 문득 나도 나의 오랜 벗이 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안부문자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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