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홈스쿨 맘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되었고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처럼 학습 스케줄을 짜고 가르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홈스쿨 맘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글을 쓰면서 고민을 해보았지만, "나는 홈스쿨 맘이다."라고 여전히 나를 소개하고 싶다.
홈스쿨은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학교를 집으로 옮겨다 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와 학습지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유용한 도구들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궁극적이고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참 좋아하는 '배움'이라는 단어를 삶과 생활의 곳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발견하고 성취하기를 기대했기에 수많은 갈등의 밤을 지나가며 홈스쿨을 선택했다.
선택하기도 힘들었고, 과정도 험난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대했던 열매가 보이지 않고, 애초부터 앞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고 시작한 홈스쿨은 정말 쉽지 않았다. 즐겁고 성취감 넘치는 하루를 보냈다면,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하루를 어김없이 맞이했다. 아이들과 도서관도 가고, 대화도 많이 하고, 즐거운 추억을 수 없이 쌓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가족이 되리라 기대한 그런 홈스쿨은 나날이 비현실적인 이상인 것처럼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그럼에도 어깨에 가득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그저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비로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단어, '배움'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 같다. '배움'은 항상 내가 의도하지 않은 때와 장소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하나의 계시와 같았다. 실망한 그곳에도, 실패감에 가슴 쓰린 그곳에도 언제나 '배움'은 존재했고 , 그곳에 작은 빛을 비추어주던 '배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우리 아이들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큰 아이는 이제 직장인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여느 가족들과 다름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여전히 보내고 있다. 성인이 되면 곧장 집을 떠날 듯했던 두 아이는 아직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은 채, 공간을 차지하고, 마음을 차지하고 함께 지낸다. 그렇게 25년을 이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왔으니 이제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잘 알고 익숙함과 무르익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게 너무나도 많이 서투르다. 왜냐하면 우리 네 식구가 잠에서 깨어 맞이하는 매일매일은 우리가 일생 처음 경험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제의 아이들이 아니다. 어제 경험하고 배운 그 무엇이 아이들을 새롭게 형성하고 그래서 부모인 나도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배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당연히 끝이 날 줄 알았던 우리의 홈스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아직도 나를 홈스쿨 맘이라고 스스로를 부르고 싶은 이유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배움은 계속된다.
이 배움의 길을 아이들과 함께 걸어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함께 가는 길 위에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Learnable Moment(배움의 순간)'을 통해 더욱 성장해가는 즐거운 홈스쿨 맘으로 살아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