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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Jan 06. 2023

씀으로써 두려움을 이기도록..

브런치 작가 7일 차에 쓰는  결심문



그냥 글이 쓰고 싶었다.
그냥 아는 언니가 좋았대서 <세바시 대학 글쓰기 전공>을 등록했다.
그냥 등록을 했으니 주어진 글을 썼다.
그냥 하라고 하는 대로 출간 기획서를 써서 과제로 제출했다.
그냥 글을 쓰고 과제를  다 하고 보니 수료를 했다.
그냥 그렇게 글쓰기를 마무리하려니 아쉬웠다.
그냥 한번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냥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냥 큰 계획 없이 한 일들의 결과로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보니..
그냥 글을 쓰는 이전과 같은 편안함이 없어졌다.
그냥 글을 쓰던 그때가 더 좋았다.
그냥 아무거나 생각 없이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안 나오는 글을 쥐어짜는 요즘이다..



<'글로성장 연구소'의 두 작가님과 함께 하는 "별별챌린지 66일 글쓰기"의 제3일 차 주제어
 "그냥"으로 며칠 전에 쓴 글>




어쩌다 보니 제대로 글을 써본 적도 없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는 데 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나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그 놀라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제 신체적인 나이로는 저물어간다는 50대지만 나는 오히려 이때를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고 작은 성취나마 이루고 싶었고, 그 열매를 맺은 2022년이기에 한해를  정말 보람 있게 잘 마무리했다는 만족감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기쁨과 뿌듯함은 첫 글을 발행하려는 순간 엄청난 공포로 돌변하고 말았다.

작가의 서랍에 나만 볼 수 있는 글들을 혼자 채우면서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데...

그런데 그 간절한 '발행'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아,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 순간을 맞이했을 때,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내 글이 '발행'이 되고 누군가는 읽게 된다. 내 글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벌거벗은 채로 수많은 대중 앞에 서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그동안 써 놓은 글 3편을 발행을 했지만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 채로 일주일을 보냈다.


며칠 전에 쓴 챌린지 글 '그냥'에는 그런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감사한 기회이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의 글과 생각이 더 넓게 확장되도록 소중한 공간을 허락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풍부한 유익을 누리지 못하고 갑자기 두려움에 빠진 것은

아마도 내가 '작가'는 뭔가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기엔 한 없이 부족한 것 같고

그렇게 발행되는 내 글이 사람들에게 시시한 판단 거리가 되어버릴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도 벌써 '독자'를 의식하기 시작했으니 글이 편하게 쓰일 리가 없다.


지난 1주일 동안, 안 써지는 글을 억지로 쓰는 대신 나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된 작가들의 글을 많이 읽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무엇을 왜, 어떻게 쓰는지 독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작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내 마음을 끄는 작가들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뭔가를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에 대하여 내가 감히 정의를 내려보자면, 그들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쓸 거리를 찾아내는 사람들

그것을 부지런히 쓰는 사람들

그러다 보니 글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고 삶이 단단해지는 사람들

그래서 자기 안에 또 다른 이들을 초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가졌던 나의 기대도 바로 이런 것과 다르지 않았는데

그 마음을 순식간에 덮쳐버린 두려움에 한순간 굴복하고선 잠시 길을 잃었던 것 같다.


내가 애정하게 된 몇몇 작가님의 글에 좋은 글 잘 읽었고 감사하다는 말, 그리고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글린이로서의 마음 등을 댓글로 적어드렸더니, 자기도 처음에 그랬노라고 그래도 계속해서 써나가길 바란다는 따뜻한 답글들을 달아주셨다.


누구나 나와 같은 시작을 하는구나.. 이것이 지금은 너무 나를 압도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한번쯤은 앓고 지나가는 감기와 같은 것일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쓰는 것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마음과 생각을 추스르고 나에게 주어진 이 선물 같은 초대 앞에 다시 털고 일어나야겠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두려움이 내 주위를 맴돌지만

두려움을 이기는 길은 그저 쓰는 것 뿐이리라.




'쓰는 삶'을 선택한 나에게 쓰는 것이 앞으로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것을 위해 아래에 기록한 몇가지를 잊지않고 기억하려고 한다.


'작가'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쓰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브런치에서 나를 작가로서 승인해 준 것은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써나가기를 시작하라는 응원의 의미라고 생각하자. 이제 시작인 것이다.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 이들에게 감사하자.

-내게 최초의 글쓰기 동기 부여를 준 '그냥'글 속에 등장하는 '아는 언니' M에게

-<세바시 대학 글쓰기 전공>과 <브런치>에게

-나를 너무나 잘 알기에 그냥 놔두면 언제까지나 혼자 끄적이고 있을 것이 뻔하다며

 그 많은 구독자들을 모셔온 세상 주도적인 남자, 남편에게

-비록 남편 때문일지라도 기꺼이 내 브런치를 방문해 주고 글에 라이킷을 눌러준

 나의 어색하지만 친절한 구독자들에게

-그리고 이 모든 선물을 나에게 허락하신 언제나 좋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


이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전처럼 '그냥' 쓰자.

-생각이 많았다면 지금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그저 중년의 아름다운 도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면, 그 자체를 즐기자.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니겠는가..





2023년은 씀으로써 두려움을 이기고

그 건너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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