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6일
--오래전 아이들과 홈스쿨을 하면서 그날 배운 것들, 홈스쿨 하는 엄마로서의 마음 등을 다음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그냥 묻어버리기엔 절실했던 마음과 아기자기한 우리 홈스쿨의 흔적들을 되새기면서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유용한 지혜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려고 합니다--
진정한 배움이란 것은 무엇이며 어디서 얻어지는 것일까...
얼마 전 고 이태석 신부님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영화 "울지 마, 톤즈"를 보면서 가지게 된 질문이다.
영화에서 신부님은 가난하고 상처받은 톤즈의 사람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씀하시며 그분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톤즈 사람들은 꿈도 못 꾸어 보는 의술을 공부하시고 신학공부에 음악공부도 하시고 영어도 열심히 공부하셨을 그분이 말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조카가 몇 달 전 베트남으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이 참에 열심히 돕고 보람을 얻어오리라 결심하고 떠난 그 여행에서 조카는 오히려 아무것도 없지만 순수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는 겸손한 고백을 했다고 한다.
부모가 12년을 고생해서 공부시켜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을 다니는 그 녀석도 왜 엉뚱한 곳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하는 것인지...
12년을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학교도 모자라 학원을 다니고 각종 참고서에 도서관에 가득 쌓은 양서들... 인터넷의 홍수 같은 정보들..
매일매일 배우고 익히고 하루를 공부로 시작해서 공부로 마감하는 이 배울 것 천지인 세상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왜 배움의 희열과 배움을 통해 자라고 넓어지는 인생의 깊이를 누리지 못하는지...
그야말로 공부에 치여서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을 못 배우고 지나가는 참 이상한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던져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 끝에 내리는 결론은 "배움"이란... "인격적인 만남 "이라는 것이다.
지식의 근본이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배움에 있어서의 필수적이고 선행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인생을 향한 많은 통찰도 그것이 내 가슴을 두드리는 진정한 인격을 울리는 만남이 이루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나의 무지를 깨닫고 한걸음 나아가는 배움의 순간이 아닐까...
과연 나는 홈스쿨맘으로서 아이들을 이런 배움의 기회로 지혜롭게 잘 이끌어주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 역시 집에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박탈 당한채 하루하루 일과표에 매여 책과 컴퓨터로 고문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식교육을 포기할 마음도, 이유도 없다. 아이들은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영어도 공부해야 하고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테스트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언제나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단지 그러한 무게만 아이들이 느끼고 살아간다면 나는 정말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때 엄마인 내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배움의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여유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과 관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 아이들과 함께 그 속에서 배워가며 그것을 통해 얻어진 깊은 성찰이 매일 학습해야 할 지식의 영역에도 동기를 부여하고 뼈대를 이루는 진정한 배움이 있는 홈스쿨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우리의 구호를 외친다.
"천천히... 길을 잃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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