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능은 아닙니다.
요즘 개발자이든 비개발자이든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입니다.
간혹 이제 프로그래머, 특히 주니어 프로그래머는 다 필요 없어진다처럼 강력한 느낌의 글들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여기에 약간 조심스러운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는 AI전문가도 아니고 딥러닝, 머신러닝, ChatGPT등의 원리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단지 20년 좀 안되는 기간동안 게임 프로그래머로 일해오면서 얻게된 지식과 영감을 기반으로 말해보려고 합니다. 따라서 어느정도 감안하여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AI가 가져올 변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훨씬 더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자연어로 물어보면 AI가 코드를 작성해 주고 이걸로 실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전문가도 AI활용법을 배우면 자신만의 어플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가져다 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일부 전문 지식을 탄탄히 쌓아와야 가능했던 많은 작업들이 더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됩니다.
비개발자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좀 더 쉬워지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혁신은 더 많은 곳에서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전혀 다른 업계에서 경험을 쌓아오던 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IT기술과 접목하는게 이전보다 놀라울 정도로 쉬워진 것입니다.
마치 게임 업계에서 유니티 엔진이 나왔을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느낍니다. 그보다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차이도 크고요.
유니티 엔진은 게임 개발에 전문 지식이 없어도 드래그 앤 드랍, 짧은 C#코드 만으로 게임을 개발하는걸 가능하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이 엔진이 나온 이후로 비전문가들도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죠. 기본적인 C#문법을 배우고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스크립트를 조합하여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님에도 그렇게 해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프로그래머가 보기엔 정말 황당한 일이었죠. 어떤 회사들은 1년 2년동안 자체 엔진, 툴을 만드느라 고급 인력도 많이 두었는데 유니티 엔진보다 결과물이 더 안좋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프로그래머들이 다 직업을 잃었느냐?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더 많은 프로그래머, 게임 개발자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니 시장은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였죠.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에 익숙한 개발자들중 일부는 유니티엔진이 가져오는 새로운 게임 개발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기존 경험 + 새로운 기술이 만나니 유니티 엔진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도 가능하게 되었죠. 점점 게임 개발, 특히 인디 게임 개발쪽에서는 거의 유니티가 평정할 정도였습니다. 스타트업=무조건 유니티 엔진 이었죠. 예전처럼 자체 엔진 만드느라 1년 2년 소비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개발 기간은 어마어마하게 단축되었습니다. 특히 인디게임, 소규모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1~2년 만들어야 할 것을 3개월, 6개월만에 가능하게 해줬습니다. 전문 엔진 프로그래머도 필요 없었죠.
그렇다면 전통적인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다 유니티 엔진으로 갈아타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왜냐하면 유니티 엔진이 나오기 이전에 만들어놓은 게임, 시스템들도 아직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걸 유지보수 하려면 당연히 기존의 전통적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개발자들도 필요했습니다. 이미 자체 엔진을 갖고 있는 회사들도 있었고 유니티 엔진의 한계도 명확히 존재했기 때문이죠. 혁신적인 도구였지만 현실에서 만능은 없었습니다.
유니티 엔진이 모든 것을 다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개발 기간이 단축된것 처럼 보였지만 유저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고 그에 따라 숙력된 개발자들을 더 필요로 했습니다. MMORPG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게임을 개발할 때는 유니티 엔진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기존의 자체 시스템으로는 간단하게 풀리던 일도 복잡하게 풀어야 하는 경우도 생겼죠. 실버불릿(은탄환)은 없는 것입니다.
AI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고 쉽게 어플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면 시장은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할 겁니다. 만약 다른 분야가 다 정체되고, 사람들의 요구사항도 현재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가정하고 AI기술만 단독으로 발전한다면 순식간에 AI가 모든 세상을 평정을 하겠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변해오지 않았습니다. 특정 기술이 발전한다면 사람들은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금방 적응을 했습니다. 결국 그게 기본 눈높이가 되었고 거기서 더 특출나야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AI로 똑같은 결과물을 찍어내는건 아무런 매력이 없게 될 것입니다. 거기서 플러스 알파를 해줄 사람, 개발자들이 더 필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AI가 발전하면 할 수록 개발자들의 수요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AI가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 잘 된건지, 잘못 된 건지 판단하는 부분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건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답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현실 비즈니스에서는 이것도 맞을 수 있고 저것도 맞을 수 있습니다.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게 아니라 내 비즈니스에 맞는, 내 유저들에게 맞는 뾰족한 결과가 필요한데 이걸 판단하는건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코딩과,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이걸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천지차이 입니다. AI가 아무리 코드를 빨리 짜준다고 하더라도 그걸 어떤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시킬지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죠. AI가 대부분의 개발자, 더 나아가서 많은 분야의 일자리를 대체할 정도가 되려면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수준의 로봇과 AI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