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시간 동안 공원을 걷고 왔습니다. 며칠 전에도 1시간 걷기를 했는데 운동을 별로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정말 큰 변화입니다. 어처구니 없지만 1시간동안 걷기를 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대장내시경 건강검진 준비과정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걷기부터 운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나아가 다른 일을 할 때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걸 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건강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처음 해보는거라 준비과정이 좀 힘들었습니다. 식단 조절과 가루약 타서 먹는게 쉽지 않았죠. 물 1리터에 가루를 타서 한시간 안에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맹물 500미리도 더 먹어야 하죠. 이걸 저녁에 한 번, 새벽에 한 번 총 두 번 하고 검진 받으러 가야 합니다.
한시간 안에 1.5리터의 물을 마시는게 이렇게 힘든줄 몰랐습니다. 의외로 약 자체는 포카리스웨트나 레모네이드 맛이 나서 넘기기에 역겨운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맛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이걸 먹는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마시는게 힘들어서 나중에는 빨리 걷기를 하면서 먹었는데 훨씬 수월했습니다. 역시 몸을 좀 힘들게 만들어야 물이 잘 넘어갑니다.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도 1년에 한번도 안가볼 정도로 운동에 흥미를 못 붙이고 있는데 건강검진 때문에 한 시간 동안 빨리 걷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강제로 목표가 설정이 되어야 몸이 움직이는것 같습니다.
1. 식단 조절
3일 전부터 식빵, 바나나, 사과, 백미밥, 계란, 두부만 먹으니 금방 허기가 졌습니다. 다행이 검진일이 월요일이라서 금요일부터 휴가를 내서 3일동안은 집에서 쉬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적게 먹는건 저한테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자꾸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면 더 허기가 지기 때문에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자면서 시간을 보내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2. 하루 전 식단
하루 전에는 흰죽만 먹어야 했습니다. 본죽에서 흰죽 하나를 사서 두개로 나눠 아침,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흰죽만 먹는건 처음 해보는 일이었습니다. 탄수화물이 너무 부족하니 두통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배고픈거보다 두통 견디는게 더 힘들었던것 같았습니다. 몸에 힘도 없고, 두통은 심하고, 이러다 쓰러지는거 아닌가, 다음날까지 어떻게 버틸까 했는데 어느덧 물약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물 3리터 이상 먹으면서 배고픈거 다 사라지고 오히려 몸이 더 가볍고 정신이 말짱해지기까지 했습니다.
3. 가루약 타먹기
전날 7시, 새벽 3시 이렇게 총 두 번에 걸쳐서 가루약을 탄 물 1리터+맹물500미리를 마셔야 합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고 목마르면 음료수 1리터도 금방 다 마시곤 했는데 한시간 동안 물 1.5리터정도야 쉽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밥도 안먹어서 기운 없는 상태에 물 1.5리터를 마시는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가루약은 레모네이드, 포카리스웨트 맛이 났는데 평소에는 맛있는 맛이라도 1.5리터를 마시려고 하니 정말 물고문이 따로 없더군요.
게다가 그냥 물에 타면 힘들 것 같아서 일부러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타먹었는데 포카리스웨트를 두배 농도로 진하게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레모네이드를 샷추가 한 듯 아주 신맛이 나서 차라리 그냥 물에 타먹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차게 해서 먹는게 좋다고 해서 냉장고에서 막 꺼낸 물에 타먹었는데 너무 차가운걸 한꺼번에 먹으려니 먹다가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 30분 안에 500미리 다 먹기
웬지 유튜브를 보면서 먹으면 잘 넘어갈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다른데 쏟고 물은 그냥 넘기기만 하면 된다 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죠. 처음에 500미리는 쉽게 먹었습니다. 우유 500미리 먹는다 생각하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15분에 250미리, 15분에 250미리 해서 30분동안 총 500미리의 물약을 다 먹었는데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약을 타서 나머지 500미리를 더 채워야 하는데 점점 넘기는게 힘들어지더군요. 아직 배에 아까 먹은 물이 남아있는데 또 넘기려니 잘 안넘어갔습니다. 한시간 안에 1리터의 가루약 탄 물을 다 마시고 마지막에 그냥 물만 500미리를 더 먹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다 먹고 나니 너무 배가 부르고 한모금 만 더 먹으면 금방 넘어올것 같고 속이 미식거리더군요. 일부러 다큐멘터리, 개그 프로 같은걸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먹는 순간 보다 먹고 난 후가 더 속이 불편했습니다. 빨리 소화가 되서 배가 좀 편해지길 바랄뿐이었죠.
5. 빨리걷기를 하면서 먹기
웬지 이따 새벽에는 못 먹을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약 먹은지 한두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배가 부른 상태였기 때문이죠. 도저히 이 상태로는 물 한 모금도 더 못 넘길것 같았습니다.
이따 새벽 3시에 약을 먹으면 검진 시간인 7시에 맞춰서 준비를 끝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좀 앞당겨서 1시반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이라서 소화가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양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소화되는 시간이 오래걸렸기 때문이죠.
이번에 먹을때는 몸을 좀 움직이면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하기에는 몸에 힘이 너무 없어서 공원에 나가 빨리 걷기를 하면서 먹었습니다. 조금 숨이 차면 좀 쉽게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빨리 걷고, 마시고, 또 소화시키려고 빨리 걷고 또 마시고, 이걸 반복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2시에 공원에 나가 운동하면서 먹은 것이죠. 총 두시간을 공원에서 걸으면서 마셨습니다.
몸을 움직이니까 확실히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더군요. 미식거리는것도 없었습니다. 잠도 다 깨서 졸리지도 않았고 화장실도 잘 갔다 와서 모든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학창시절, 군대시절엔 동료들과 같이 축구는 많이 했는데 그 외에 다른 운동, 헬스클럽에 간다던가 그런건 항상 한달 하다가 말다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더 운동을 안하게 되었죠. 저는 한번에 한가지 일만 집중해서 하는편이라 회사 생활 + 운동 이 두가지를 같이 하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운동하고나면 힘들어서 일에 집중이 잘 안되는데 그런것들이 저같은 성격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이죠. 코딩하는것, 디버깅 하는것은 생각보다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연치 않게 건강검진 준비를 하면서 1시간동안 빨리 걷기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할만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운동을 하면 헬스클럽 가서 1~2시간 동안 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강도높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의욕만 앞섰던 것이었죠. 1시간 정도 빨리 걷기를 하면 슬슬 발바닥에 자극이 오고 숨이 약간 차오릅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다리에 아주 가벼운 근육통이 느껴지죠.
이정도 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조금 난이도를 높이거나 다른 방식의 운동을 추가해서 하려고 합니다. 매번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마음만 먹었는데 항상 실패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약간의 강제성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