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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출판일기 - 4. 글자가 왜 거칠어 보일까

by Uncle Lee

컴퓨터로 편집을 진행하다 보니 빨리 인쇄해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샘플 인쇄는 어떤 업체로 해야할지, 언제 해야할지 고민해봤습니다.


우선 최종 인쇄 전까지 샘플 인쇄를 3~5번 정도는 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교정을 하기위한 목적도 있고 어느정도 품질이 나올지 가늠해볼 실물이 필요했습니다.


표지

규격은 B5, 수량은 1부

표지는... 여기서부터 막혔습니다.

스노우, 아트지, 랑데뷰... 책 표지도 다 똑같은줄 알았는데 종류가 많더군요.

그 중에서 제일 무난해 보이는 스노우를 선택해봤습니다.


코팅은 유광 코팅, 무광 코팅이 있네요.

무광의 그 매트한 느낌이 좋기에 무광을 선택.


내지

다음으로 내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가 제일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 내지는 다 똑같은줄 알고 있었습니다.

완전 갱지같은 재질만 빼고 다 그게 그거처럼 느껴졌는데 내지에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그 중에서 미색 모조지, 백색 모조지를 많이 쓴다고 하길래 백색은 너무 눈부실것 같고 미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종이 무게도 선택해야 하네요.

80g, 100g 설마 종이 한 장의 무게는 아닐테고,

찾아보니 커다란 종이의 무게가 저만큼 나간다는것 같네요.

그걸 잘라서 인쇄하거나 인쇄한 후에 자르거나 한답니다.


80g은 약간 얇은 느낌이고 뒷면이 많이 비쳐 보입니다.

100g은 조금 두께감이 있어서 튼튼해 보이고 뒷면이 적당히 비치는 수준입니다.

일단 가격이 싼 80g으로 합니다. 어차피 이것저것 많이 해봐야할테니까요.


인쇄컬러는 흑백 양면을 선택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서적은 풀컬러 또는 두가지 색을 쓰는 2도 인쇄인 경우도 많던데 제껀 흑백입니다. 흑백과 컬러의 비용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 하거든요.


컬러, 흑백

최종 인쇄본도 흑백으로 할 것 같은데 문득 겁이났습니다.

컴퓨터 서적중에 흑백이 있나?

다 컬러고 내 책만 흑백인거 아닌가??


집에 있는 책을 다 열어봤는데 다행이도 흑백으로 된 책이 있었습니다.

그래픽 책이었는데도 흑백이었고 그 책을 읽는 동안 흑백인것 조차도 몰랐네요.

흑백이라고 해서 검은색, 흰색 딱 두가지만 있는건 아니고 음영이 들어가서 짙은 회색, 옅은 회색 등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밋밋해 보이지만은 않더라고요.


이렇게 세팅을 하고 주문을 넣었습니다. 오전에 넣었는데 오후에 인쇄 완료, 바로 택배 발송해서 다음날 받게 되었죠. 정말 일처리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로 빠릅니다.


20250905_181545.jpg 미색 모조지 80g의 비침 정도

이렇게 해서 첫 인쇄본을 받았습니다. 미색 모조지 80g도 느낌이 괜찮더군요.

뒷면 비침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들었어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좀 좋은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학교앞 가게에서 제본한 느낌.

글자도 얼핏 보면 괜찮은데 자세히 보면 선이 좀 거칠고,

종이도 갱지 정도는 아니지만 시중에 있는 책의 느낌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책을 읽는데 문제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퀄리티가 떨어져 보인다랄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정식 출판된 책이라기보다는 학교나 회사 내부에서 보는 용도의 인쇄물 느낌.


일반 소설 종류였으면 오히려 더 감성있고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술 서적이다보니까 너무 가볍고 거친 종이는 잘 구겨지기도 하고 별로 안어울리는것 같네요.

다른 책을 꺼내보니 확실히 종이가 달랐습니다. 더 빳빳하고, 약간의 광택도 있고, 거칠지도 않고...

너무 하얗지도 않고 적당히 노르스름하면서 읽기에도 좋은 그런 종이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내공있는 출판사와 초짜 출판사와의 차이인가 싶었죠.


더 큰 문제는 이게 종이 차이인지, 업체의 퀄리티 차이인지, 책의 크기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 편집 때문인지 몰랐다는 겁니다. 업체 차이라면 더 비싸고 좋은곳을 찾으면 해결되는데, 종이는 종류도 많고 다른 책에 무슨 종이를 썼다고 써있지도 않아서 이걸 어떻게 찾아가나 막막했네요. 책을 들고 인쇄소에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다행이도 지금은 딱 맞는 종이를 찾았고 인쇄 품질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ISBN만 안받았을뿐이지 퀄리티는 시중에 나온 책과 비교해서 떨어지는게 없네요.


뉴플러스 미색 100g 종이 느낌


제가 고른 종이는 뉴플러스라는 이름의 종이입니다.

이것도 미색, 백색 두 종류가 있고 80g, 100g씩 무게가 구분됩니다.

80g은 가벼운 느낌이고, 100g은 두께감이 좀 있습니다. 그만큼 뒷면이 덜 비쳐보이는게 장점이죠.


동영상에 나온 것 처럼 코팅된 듯 은은한 광택이 있어서 글자가 아주 매끈하게 나옵니다. 미색이지만 너무 누렇지 않고 읽기에 아주 좋은 정도인것 같습니다. 백색은 확실히 하얗습니다. 글이 많은 책은 백색보다는 미색이 더 잘 어울리는것 같네요. 생각보다 종이는 금방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거라 걱정을 많이했었거든요.


그 뒤로 끝없는 편집 과정, 고쳐도 고쳐도 계속 나오는 오탈자, 다시 보면 마음에 안드는 표지... 정식 인쇄는 어디서 해야할지, 잘못 나오면 어떻게 고치는건지, 창고는 어떻게 임대하고 서점에서 주문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는지, 그럼 그 택배비는 누가 내는지, 당일 배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 알아가야 할게 산더미네요.


하지만 힘들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다 하게 되더군요.ㅎㅎ




참, 와디즈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에는 비교적 긴 글 형태로 쓸 것 같고,

와디즈에는 새소식에 출판 과정을 짤막하게 자주 올릴 생각입니다.


이곳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술 서적보다는 문학작품이나 에세이 같은 종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은신것 같지만, 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또한 공유하고 있기에,

책 출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방문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app.wadiz.kr/links/J50xJWtv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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