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출판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의욕이 더 샘솟았습니다.
원래 이것저것 하는걸 좋아하는데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이참에 혼자서 다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란 생가이 듭니다.
우선 원고 작성 포맷부터 바꿨습니다. 그전에는 글만 써서 출판사에 보내면 편집을 알아서 다 해줬기 때문에 글자크기, 여백, 포맷 같은건 생각하지 않았도 되었죠.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혼자서 해야하니까 책 크기를 결정하는 것 부터 여백은 몇으로 해야 하고, 글자 크기, 본문 레이아웃까지 신경써야 했습니다. 할일이 더 많아졌지만 내손으로 하나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갔습니다.
먼저 시중에 나온 IT전문 서적을 다 찾아봤습니다. 책 판형은 주로 뭘 쓰는지, 도서관에 가서 직접 만져보면서 어떤 크기의 책이 알맞을지 이리저리 살펴봤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규칙을 발견했는데 요즘 나오는 IT서적을 보면 대부분 B5에서 약간 작아진 변형판을 많이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B5규격의 책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쩐지 요즘 책이 조금 작아졌다 싶었습니다. 확실히 A4나 B5는 조금 큰 감이 있고 그보다 위 아래가 조금 작은 사이즈의 책이 옆에 놓고 공부하기에도 좋은것 같습니다. 가방에도 잘 들어가고요.
이렇게 판형을 결정한 뒤 여백과 글자 크기는 원고 일부를 프린트 해서 시중에 출판된 다른 책과 비교해보며 잡았습니다. 글꼴은 무료로 사용 가능한 Kopub체를 썼고, 글자 크기는 처음에 9.5포인트로 잡았다가 너무 작은 감이 있어서 10.1로 올렸더니 작은 차이지만 가독성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 여백이랑, 글꼴, 글자크기를 바꾸고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원고를 다 다시 편집해야 했습니다. 줄간격도 너무 좁아서 답답해보이기에 다른 책을 보니 최소 180이상은 잡은 것 같더군요. 기본 포맷을 바꿀 때 마다 전체 편집을 다 다시 해야 했지만 처음이니 시행착오를 하는건 어쩔 수 없는것이겠죠.
총 다섯 번 정도 포맷을 바꾼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A4에 줄간격 160으로 했다가 크기가 너무 크고 답답해 보여서 B5로 바꾸고, 그마저도 위아래가 좀 길어서 다시 변형판으로 바꾸었죠. 여백도 별로 신경 안쓰고 그냥 좌우 똑같이 주고 했는데 다른 책을 보니 안쪽이랑 바깥쪽이랑 여백이 다르더군요. 보통 책은 양쪽으로 펼쳐서 보기 때문에 안쪽 여백을 바깥쪽 보다 더 많이 잡아놓습니다. 그래야 넘어가는 부분에 글자가 숨지 않고 잘 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직접 책을 만드려고 보니 그전엔 몰랐던게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책의 여백이 어느정도 되는지, 안쪽이 더 많은지, 줄간격이 얼마인지등등 책을 읽기만 했을때는 전혀 신경 안쓰던 것들이었죠.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와 가독성을 이루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