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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출판일기 - 2. 출판사 컨택

어렵게 잡은 출판 기회를 차버리다

by Uncle Lee

이번에 출판하려는 책은 3D 게임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내용 입니다.

IT전문 서적이죠.

대중적인 책은 아니기 때문에 많이 팔리기는 힘들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연락이 닿으면 무조건 진행해야 했는데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이 원고는 2023년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책으로 쓰려고 했던건 아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강좌 형태로 올린 것이죠.

게임코디연재강좌.png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린 연재강좌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좀 더 제대로 써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게임 프로그래머 주니어였을 때 고민했던 내용들,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추렸습니다.

책의 분량도 너무 길지 않게 조절했죠.

옛날에 나온 3D 프로그래밍 서적 대부분은 500페이지가 넘기도 했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길게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300페이지 이내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이미 다른 책에 있는 내용들은 또 담을 필요가 없기때문이죠.


글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 열심히 투고를 했습니다.

한 20번쯤 했나 싶을때 한 출판사에서 흥미를 보이고 미팅을 잡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내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렇게 미팅을 하고 책의 분량, 내용, 출판 일정등을 논의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회사에서 현재 소속된 팀이 해체되었고 결국 팀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이던, 팀 이동이던 새로운 곳에 가면 항상 오버해서 일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몸을 좀 무리해서 일을 했습니다.

자연히 원고 쓸 시간은 줄어들게 되었죠.

그 때 당시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하기 직전이었는데 웬지 계약 이후 일정을 못 지킬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하루 이틀 늦어지는게 아니라 6개월~1년정도 원고에 신경을 못 쓸 것 같았죠.

그만큼 새로운 팀에서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굴러들어온 복을 제 스스로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계약은 물건너 갔고, 그 뒤로 다른 어떤 출판사에서도 제 원고에 흥미를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저도 제가 쓴 내용이 별로 인기를 끌만한 주제는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거나 그러진 않았죠.

게다가 AI의 등장으로 기초 이론을 다루는 기술서적은 정말 매력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도 하고, 업계 분위기도 책보다는 AI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을 때였습니다.

'책 제목에 AI를 넣어야 할까?' 이런 우스꽝스러운 고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걸 멈출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책으로 내지 못하더라도 원고는 완성을 해놓고 싶었죠.

언젠가는 빛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내용도 추가하고, 실제 책을 만들듯이 문장을 다듬고 레이아웃을 잡아 나갔습니다.

출판사에서 혹시나 또 연락이 오면 바로 전달할 수 있게 말이죠.


여튼, 현실은 잠잠했고 저는 그래도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올해 안에는 꼭 출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때가 회사일이 또 바빠져서 힘들었을때인데요,

저는 항상 본업이 바쁘면 더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책도 회사일이 엄청 바쁠때 썼으니까요.


이젠 출판사에 투고 하는것도 지쳤고 이렇게 된거 그냥 혼자 책까지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요즘엔 인쇄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택배로 받을 수도 있고,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 책 값도 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자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기 위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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