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이걸로 먹고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이유로는, 내가 가진 지식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것도 있지만
결국 재미라는 결론으로 다가갑니다.
재미가 없었다면 글쓰기를 자발적으로 할 수도 없었겠죠.
사실 이걸로 먹고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번 책을 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책으로 버는 수익이 얼마나 적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10년전에 게임 서버 개발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회사일로 바쁜 와중에 무언가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글쓰기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원고를 작성하고 출판사로 최종본을 넘기기 까지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5~6년의 실무 경험을 쌓은 후에야 책을 쓸 실력을 갖출 수 있겠되었으니,
학창시절 공부했던것 까지 포함하면 하나의 기술 주제에 대해 책을 쓰는데 10년 넘게 걸린 셈입니다.
이렇게 책을 팔고 저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책 한권당 1~2천원 정도였습니다.
정가가 14,000원 정도 했으니 10%도 채 안되는 금액이었죠.
지금까지 천권정도 팔렸는데 다 합쳐봐야 컴퓨터 한대 맞추기도 애매한 금액입니다.
그것도 10년에 걸쳐 팔았으니 매달 커피 한두잔 값 정도밖엔 못 벌었습니다.
투입한 노력을 따져보면 가성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작업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컴퓨터 서적은 절판될 때까지 천권 팔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은게 어쩌면 대단한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인세가 너무 적은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배부른 소리였고,
꼬박꼬박 정산해주는 출판사와 꾸준히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책을 쓴 이후부터는 일을 할 때도 문서 정리하는게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1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써 봤으니 문서 한두장 정리하는거야 문제도 아니었죠.
신기하게도 어느때부터인가 머릿속에서 이건 어떻게 제목을 짓고,
여기엔 어떤 도형을 그려 넣고 이런것들이 순식간에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러프한 문서정리를 한 뒤에는 다시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하얀 백지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게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더군요.
이렇게 글쓰기가 재미있어지니 자꾸만 또 긴 글을 쓰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또 다른 주제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10년전과 다르게 글 쓰는것 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것 까지 모두 혼자 하게되었습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릴 생각은 없었는데 이것도 사연이 조금 있습니다.
지금 현재 상태만 먼저 말씀드리면,
최종 원고 교정, 표지 제작, 종이 선택, 샘플 가제본 인쇄까지 다 끝마쳤습니다.
이제 남은건 인쇄업체 찾는거랑 물류, 유통을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아, 제일 중요한 자금도 필요하군요.
초기 비용이 없는 POD플랫폼을 쓸건지
내 돈을 내서 책을 찍고 출판 대행을 맡길건지
아니면 아예 1인 출판사를 차릴건지
사실 아직도 최종 결정은 못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왔다갔다 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1인 출판 프로젝트를 앞두고 앞으로 하나씩 이야기를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