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발자가 아닌 내가 웹앱을 만들게 된 이유

개발자가 아닌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by 응씨

이 글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필요해서 웹앱을 하나 만들게 된 이야기다.


처음부터 개발을 해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는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IT 계통 회사에서 약 5년 정도 일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 내가 했던 일은 늘 기획이었다.

기능을 정리하고, 화면 흐름을 그려보고,

“이건 이렇게 동작하면 좋겠다”를 말로 설명하는 역할.


덕분에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DB가 있고, 서버가 있고, 프론트가 있다는 정도.


하지만 직접 코드를 치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 코딩 실력은

헬로월드 찍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격증 하나쯤은 있다.

빅데이터분석기사.

가끔 그걸 보고 “개발도 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아니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정리하는 사람에 가깝다.


게다가 지금은

IT와는 완전히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대부분을 코드가 아니라

문서와 사람, 그리고 판단 속에서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바이브 코딩이라는 방식을 접하게 됐다.


정확한 문법을 몰라도,

완벽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았다.


기획자 입장에서

“이렇게 동작했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하면,

AI가 그 의도를 코드로 바꿔주는 방식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코딩을 배우는 느낌보다는,

계속 설명하고 수정 요청을 던지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덕분에

“아, 이 정도면 나도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취미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만 쓰는 작은 페이지,

기록용 화면,

있으면 편할 것 같은 기능들.


그러다 어느 순간,

유독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그 아이디어의 시작에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나보다 여자친구였다.

“말씀이나 기도 나눈 걸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땐 그냥 흘려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를 나누고,

짧은 묵상을 주고받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기록들이

전부 흩어져 버렸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정말

우리 둘만 쓰려고 시작했다.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사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이게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점점 더 느끼게 됐다.


교회 소그룹을 하면서 늘 느꼈던 아쉬움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다 같이 성경을 읽자고는 하는데

정작 “함께” 읽고 있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고,

QT나 기도 제목은 카톡방에 올라왔다가

금세 다른 이야기들에 묻혀버린다.


기록을 남기고 싶어도

노트는 번거롭고,

메신저는 너무 빨리 휘발된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걸 정리해서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문제는 그걸 누가 만드느냐였다.


보통 이쯤 되면

“개발자에게 부탁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텐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선택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번엔… 내가 한 번 만들어볼까?”


그렇게 웹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DB를 붙이고, 화면을 만들고,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며칠씩 붙잡고 씨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꽤 무모한 선택이었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알림 기능을 붙이면서는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만하면 됐지 않나?”


그런데 또 욕심이 난다.

“이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이건 조금 더 다듬고 싶다.”


그러다 보면

이게 점점 누더기가 되는 건 아닐지,

이미 스파게티 코드가 된 건 아닐지

혼자서 괜히 걱정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코드 상태는…

흐린 눈으로 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또 고치겠지 싶어서.


웃긴 건,

이걸로 돈을 벌 생각도 없고,

앞으로 개발 일을 할 계획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마음으로 낳은 자식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잘 컸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이만하면 됐지”라고 말해놓고,

결국 또 하나를 고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브런치에는

이렇게 만들어가며 겪은 이야기들을

조금 더 솔직하게 남겨보려고 한다.


잘 만든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비개발자가 필요에 이끌려

어설프게나마 만들어가며 흔들렸던 기록으로.



참고


https://www.togetherbib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