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기록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다. 시작은 여자친구의 말이었다. “교회에서 쓸 만한 거, 하나쯤 만들어보면 어때?” 구체적인 기능 이야기도 아니었고, 이걸 만들어보라는 제안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뭘 만들 수 있겠어” 싶어서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성경 통독이랑 기도제목을 기록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정도면 교회에서 써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이거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탭이 여러 개 있는 구조도 아니었고, ‘서비스’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냥 읽은 거 체크하고, 기도제목 몇 줄 적을 수 있는 정도.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금방 한계가 보였다.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랑 신앙 이야기를 나누는 건 예전부터 종종 있던 일이었다. 말씀을 읽고 나서 느낀 점, 요즘 마음에 걸리는 기도, 괜히 꺼내기 어려운 생각들. 이야기 자체는 계속 있었는데, 그걸 어디에도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기도제목 칸에 적기에는 조금 다르고, 메신저에 남기자니 금세 다른 이야기들에 묻혀버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들도 같이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나눔’이라는 탭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집중했던 건 기도를 기록하고 나누는 ‘기도나눔’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기도를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전에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 너무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기도를 드렸다는 사실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흐릿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응답이 있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도 내가 먼저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그보다 더 솔직한 이유도 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그 기도제목을 잊어버린 적이 많았다는 점이다. 기도해 주겠다고 말해놓고 하루 이틀 지나면 기억이 흐려지고, 나중에야 “아, 그때 그 기도…” 하고 떠올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래서 기도나눔은 단순히 내 기도를 기록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도제목을 기억하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그날은 못 했더라도, 나중에라도 다시 돌아와 기도할 수 있게. 말로만 흘려보내지 않도록.
그래서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잘 정리된 기도가 아니라, 잊지 않는 기도. 그리고 혼자만의 기도가 아니라, 함께 기억하는 기도. 그걸 남기고 싶었다.
문제는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기록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쓰다 보니 이것도 있으면 좋겠고 저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재미 삼아 만들던 것들은 아이디도 필요 없고 브라우저 로컬에만 저장하면 그만이었다.
나만 쓰는 거니까 조금 엉성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각자 기록이 남아야 했고, 아이디로 구분돼야 했고, 그룹도 있어야 했고, 방장은 또 따로 관리가 필요했다.
“이거면 되겠지” 하고 시작한 게 어느새 여럿이 같이 쓰는 걸 전제로 한 웹앱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Next.js로 만들어보려고 했다. 클로드로 기본 구조를 짜고 그럴듯하게 시작해보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잃었다.
이 폴더가 왜 있는지 모르겠고, 이 구조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HTML, JS, CSS.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는 챗지피티랑 제미나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히려 이 둘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는 더 잘 맞았다.
클로드, 챗지피티, 제미나이. 여러 AI를 붙잡고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다.
Firebase를 붙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데이터를 어떻게 나눌지, 권한은 어디까지 둘지, 이게 맞는 방식인지 계속 헷갈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과정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건 이제 혼자 쓰는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쓰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부족하다. 구조도 완벽하지 않고, 기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처음 생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이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욕심이 생겨 여기까지 와버린 기록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이만하면 됐지 싶다가도, 결국 또 하나를 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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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togetherbib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