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성경에도 저작권이 있었다

가장 큰 고비는 코드가 아니었다

by 응씨

웹앱을 어느 정도 만들고 나서, 자연스럽게 성경 본문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의심이 없었다. 성경은 오래된 책이고, 교회에서 늘 사용해왔으니까. 설마 성경에 저작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한 번 해봤다.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성경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말하면, 원문에는 없고 번역본에는 있었다. 히브리어나 헬라어 원문은 당연히 저작권이 없지만, 우리가 실제로 읽는 한글 성경은 번역본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대상이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상황은 더 분명해졌다. 개역개정은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었고, 개역한글은 저작권이 만료된 상태였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개역한글이고, 개역개정을 쓰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머리가 잠깐 멍해졌다. 웹앱을 만들 때 이런 걸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코드를 짜는 것도 아니고,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아닌데,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래도 일단 선택을 해야 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려면 개역개정이 맞는 것 같았지만, 허락을 받기 전까지는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은 개역한글로 만들어두고, 동시에 개역개정 저작권 허가를 받자고 마음먹었다. 임시방편이었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한글 성경 번역본의 저작권을 보유한 곳은 대한성서공회였다. 메일을 쓰기 전에 한참을 망설였다. 뭐라고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게 맞는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솔직하게 쓰기로 했다. 비영리로 만들고 있고, 교회 청년이고, 개발자도 아니며, 교회에서 소그룹 리더와 청년부 임원으로 섬기면서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 싶어 그냥 순수한 의도로 만들었다는 것과 PWA 기반 웹앱이라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서비스도 아니라는 점.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교회에서 함께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는 내용.


메일을 보내고 나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한 주가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메일을 못 보신 건 아닐까 싶어서 다시 한 번 메일을 보냈다. 그래도 답이 없었다. 결국 총 세 통의 메일을 보냈고, 전화도 몇 번 걸었다. 연결은 됐지만, 명확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이걸 계속 만들어도 되는 걸까. 혹시 괜히 선을 넘은 건 아닐까. 허락이 안 나오면, 지금까지 만든 건 다 의미가 없어지는 걸까. 성경을 탑재하지 못한다면, 이 웹앱은 존재할 이유가 있는 걸까.


이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코드는 고치면 됐고, 기능은 빼거나 바꾸면 됐다. 그런데 저작권은 아니었다. 상대의 답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가장 큰 고비는 기술이 아니라는 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멈춰 서는 경험이었다.


개역개정이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그래서 더 답이 기다려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했고, 이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급했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 이게 괜히 혼자만의 욕심이었던 건 아닐지,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 건 아닐지, 매일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지금 돌아보면, 아마 이 시점이었을 거다. 이 프로젝트를 계속 붙잡고 갈지, 아니면 여기서 내려놓을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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