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지나갈 뻔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02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평소 같았으면 받지 않았을 번호였다. 지방 사람 특유의 반사 신경 같은 거다. 알리오에는 스팸 의심 표시까지 떠 있었다. ‘아, 또 여론조사겠지.’ 그렇게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봤다.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온 전화였다.
순간 머리가 잠깐 멈췄다. 그동안 보냈던 메일들, 답이 없어 다시 보냈던 메일들, 연결되지 않던 전화들. 기다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길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담당자분은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비영리 목적이고,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올리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개역개정 성경 사용을 허가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조건은 1년간, 비영리 사용이었다.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취미로, 재미로, 사부작사부작 만들기 시작한 웹앱이었다. 설마 저작권 허가까지 받아서 정식으로 쓸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필요해서 만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공식적인 허락을 받는 단계까지 와 있었다.
나중에 메일로 정식 답변도 도착했다. 허가 조건이 정리된 안내문과 함께 짧은 문장이 하나 더 적혀 있었다.
“함께 성경 플랫폼을 통해 공동체, 특히 젊은 세대들이 성경 말씀을 더욱 가까이하고 묵상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누군가가 이 시도를 ‘응원’해준다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았다. 규정을 안내하는 문장이라기보다는, 이걸 만들어도 괜찮다고, 계속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시에 이상하게 책임감도 생겼다.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만들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은 만큼, 이걸 함부로 다루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제는 마음 놓고 개역개정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될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사실 그건 아직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군가가 말씀을 읽는 시간에,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순간에, 이 웹앱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1년간, 비영리로 개역개정을 탑재한다.
1년 뒤의 일은…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참고로, 이 글에서 언급한 웹앱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togetherbib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