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비바람에 가지가 다 꺾였다
번개에 반쪽이 새까맣게 탔다
그래도 나무라는 모양새는 남아 있었는데
도끼에 찍혔다
반쪽만 남았던 몸통마저 모조리 빼앗겼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암흑, 죽음, 영겁
얼마나 지났을까...
저 아래 심연 속 묻힌 몸이 간질간질
희미한 새소리가 쪼옥쪼옥
희미한 바람이 산들산들
희미한 물기가 촉촉축축
죽은 줄 알았던 곳에 생명이 있었다
영원한 관 속인 줄 알았는데 관뚜껑이 열렸다
썩어 문드러진 줄 알았는데 그 속에 새싹이 있었다
아, 생명의 신비여
고난 뒤의 희망이여
죽음 속의 부활이여
겨울 뒤의 봄이어라
***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 (욥기 14장 7~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