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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r 17. 2024

무무와 함께 - '틀리다'고?

틀리다 vs 다르다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무무: 오늘은 왜 또 그런 얼굴이야? 화난 거니?

: 응~ 무지...

무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 너도 내 형 알지? 하고 나는 생활패턴이 너무 틀려서 힘들어. 어젯밤에도......

무무: 잠깐! 틀리다고?

: 그래. 우린 사는 방식이 너무도 틀려. 그래서 사사건건 부딪히게 돼. 형은 절대 고치려고 안 해.

무무: 다른 게 아니고 틀리다고?

: 응?! 어~ 그러니까. 그래! 내 말은... 그래. 다르다고.

무무: 그럼, 다른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의 문제이지 고쳐야 하는 문제는 아니지.

: 아니, 내 말은, 형은 나랑 틀린 방식으로 , 아니~ 다른 방식으로 사니까 좀 고쳐야 한다고.

무무: 틀린 것이 아니라면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지.

: ? 아니지. 형은 좀 고쳐야 해

무무: 다른 것을?

나 :......

무무: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걸 누구 기준으로 고친단 말이지?

: 어... 그러니까...

무무: 네가 네 의 생활 방식을 틀린 게 아니라 너와 다르다고 표현한다면 문제를 보는 눈이 바뀔 것 같은데.

: 뭐가 달라? 내가 틀리다고 잘못 말은 했지만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잘못 표현한 것 뿐이쟎아.

무무: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름'을 이미 '틀림'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다르다는 표현대신 '틀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나 :......


난 무무가 말한 방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아무 말 없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얼굴로 뜨거운 깨달음이 올라왔다.

행여 붉어진 내 얼굴을 들킬까 봐 무무의 어깨에 살포시 내 머리를 기대니 고맙게도 무무는 시선을 멀리 두고 오늘도 침묵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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