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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r 14. 2024

이상한 주차장

주차장(parking lot)이 성관계(f**king lot) 장소로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명랑하게 울려 퍼지는 알람을 끄면서 오늘도 우리 씩씩한 영자는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함! 오늘은 원어민 선생님 수업을 듣기로 한 첫날이지. 미끈한 버터 발음을 위해 버터 바른 토스트를 먹어 볼까?"


영자는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 혀를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막 구워낸 따끈한 토스트 위에 버터를 덕지덕지~ 평소의 2배로 바른다. 곁들이는 아메리카노도 원어민처럼 발음하고 행동하기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아이템! 버터를 너무 발라 속이 약간 느글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원어민 발음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자~ 이렇게 준비를 끝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원으로 출발! 다행히 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조금 일찍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F층을 누른다. 교실엔 벌써 몇 명이 도착해 있었다. 책상에 반쯤 걸터앉은 태평양 같은 파란 눈 소유자 외국인선생님은 얼굴마저 handsome 한 게 복이란 복은 다 받았다. 게다가 젊기까지.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 테리우스 선생님 눈인사와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 주책맞은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왜 계속 날 쳐다보는 거야? 부끄럽게~ 내가 좀 너무 매력적인가? 푸훗!'


영자가 막 자리를 잡자마자 눈부신 왕자 테리우스님은 출석 체크를 한다. 그리고 영자에게 이어지는 질문:

     

"How are you doing?"


억! 갑자기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으니 당황한 영자! How라는 말만 강하게 뇌리에 남고, 무슨 말은 해야겠고.


'어떻게 왔냐고 물은 건가? 아님 do니까 뭘 했냐고 물은 건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준비해 놨던 말을 하지 뭐! 미리 적어보길 잘했다. 그래! 오늘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부터 말하자.'


"어~ I had toast and coffee for breakfast! 어~ And I drove here."


영자는 말해놓고 뿌듯함을 느낀다. 웬일인지 영어가 술술 되는 듯... 그리하여 준비한 것 외에 조금 더 말해 볼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한 다음 문장은?


 "I farked my car~ in the farking lot!"


헉! 버터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외국인처럼 말한답시고 p를 f로 오버해서 말해버리는 영자.

오늘도 기어이 또 한 건 한다.


주차장(parking lot)이 성관계(f**king lot) 장소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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