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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l 03. 2024

무무와 함께 - 자유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 오늘 엄마한테 한 소리 들어서 기분이 꿀꿀해.

무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 어제 내가 게임하고 있는데 엄마가 막 뭐라고 그러잖아. 그만하고 자라면서. 게임하는 건 내 자유 아냐?

무무: 그렇긴 하지만 혹시 해야 할 일을 다 안 했거나 잠잘 시간을 넘긴 거 아니었어?

나: 어? 어~ 숙제를 안 하긴 했지만... 게임 끝나고 하려고 했다고.

무무: 그래서 게임 끝나고 숙제했어?

나: 어~ 아니. 사실은 어제 게임하고 숙제 끝내고 자려고 했는데, 게임하다 보니 새벽이더라고. 그래 학교 가기 전에 하려고 했는데 숙제하려다가 책상에서 깜빡 잠들었지 뭐야. 결국 숙제도 못하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지각도 하고 선생님한테도 혼났지.  

무무: 혼날만했네. 그건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었어.

나: 방종? 그게 뭔데?

무무: 방종은 자유로움을 지나치게 남용하는 걸 의미하지.

나: 자유로움을 지나치게 남용한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무무: 자기 통제 없이 무절제하게 행동하거나 사회적인 규범이나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 바로 방종이야.

나: 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무무: 음, 게임하느라고 해야 할 숙제도 못 하고 학교도 제시간에 못 갔다면 방종에 가까워 보이는 걸?

나: 아냐, 아냐! 방아냐! 딱 한번 일인데 뭘 그렇게 심각해.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큰 소리는 쳤지만 과연 내가 잘 절제할 수 있을까? 일단 게임만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리고 저녁도 안 먹고 엄마한테도 신경질 내고 학교까지 늦으니... 나 게임중독인가? 아, 컴퓨터를 아예 없애버릴까? 어떡하지? 무무말대로 자유라는 이름으로 내가 무절제하다면 이게 자유가 아니란 말이지? 가만... 그럼 내가 저녁 거르지 않고 제때 자고 학교에 늦지 않고 숙제 다 하면 나머지 시간엔  맘껏 게임을 할 수 있단 이야기로도 볼 수도 있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조절하지? 내가 절제 잘 못하니까 무무에게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하나? 아! 자유란 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하면 되는 게 아니니, 자유 또한 자유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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