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익산에 내려간 나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태림이를 만나러 전주로 갔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이 껴서 5일이라는 휴일을 누릴 수 있지만 나와 태림이는 주말에도 일을 해 실상 4일이라는 휴일을 보냈다.
우리 둘 다 일을 하고 나서 만나기에 이동이 잦은 코스는 삼가고 실내 위주로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먼저 태림이가 찾은 전주 객사에 있는 파스타맛집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태림이가 좋아하는 뽑기 샵을 둘러본 후에 우리는 제대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만화 카페로 향했다.
보통은 잘 안 가본 곳으로 코스를 짜지만 이번에는 둘 다 피로가 쌓인 탓에 멀리 가지도 못하고 많이 움직이기도 힘들어서 잘 알고 있는 만화 카페로 갔다.
태림이와 가끔 만화 카페를 가서 서로 좋아하는 만화를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긴다. 둘이 취미가 비슷해서 만화 보는 데 있어서 서로 터치를 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준다.
이번에는 피로감이 있어서 온 것이 크기에 적당히 누워있다가 나가려고 해서 넉넉히 2시간을 잡았다. 카드를 받고 우리가 들어갈 방을 탐색하는 도중에 내가 어릴 적에 봤던 만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동만화 중에서 엄청 인기를 끌었던 한자마법 만화 마법천자문.
초등학교 때 이 만화책을 꼬박꼬박 사서 읽을 정도로 엄청 좋아했는데 그 만화책이 여기 만화 카페에 있었다. 안 그래도 이 만화책을 중간에 끊겨서 제대로 종지부를 찍지 못했는데 이왕 여기 온 거 그 만화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태림이가 금방 자리를 잡아서 바로 짐을 풀고 책을 가지러 갔다.
내가 마법천자문을 가지고 오니 태림이도 엄청 반가워했다. 본인도 집에 이 책이 있다며 엄청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 그 말에 얼른 알지 못한 뒷이야기를 얼른 내 머릿속에 넣고 싶었다. 그때 이후로 책을 읽지 못하고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정을 떼어냈다고 하는데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직업병이 확 올라와 파헤치고 싶었다.
책은 여러 권 들고 자리에 앉았다. 복습하는 차원에서 앞에 읽었던 화부터 읽지 못한 뒷권까지 가져왔다. 오랜만에 열어보는 마법천자문. 그 시절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던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첫 페이지부터 꼼꼼히 읽어나갔다. 너무 흥미로웠다. 분명 읽었던 내용도 있는데 왜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재밌었다.
태림이도 내가 너무 열중하며 읽으니 살며시 옆으로 와 같이 읽었다. 그러더니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무슨 아동 만화 캐릭터가 이렇게 섹시해."
극 중에 나오는 염라대왕의 결투를 보고 태림이는 섹시하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확실히 태림이는 이 만화를 보고 취향이 뚜렷해졌던 거 같다. 나 또한 이 만화를 보고 나의 상상 속 로맨스를 펼치기도 했으니 우리 둘에게 꿈을 심어준 책이었던 거다.
태림이는 시장 속 아주머니처럼 추임새를 넣으며 같이 읽으니 만화책이 더 재밌게 읽혔다. 오히려 내 상상력을 더 자극해 이 만화 캐릭터들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몰입이 되었던 거 같다.
그렇게 읽고 나니 어느덧 20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제 19권 차례인데 태림이가 곧 시간이 끝나간다고 알렸다. 나는 이 19권이라도 읽으려고 재빠르게 펴서 몰입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리고 복선이 이번 화에서 풀어지면서 점점 더 나는 이 마법천자문에 더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2시간이 금방 끝났다. 아직 읽어야 될 책은 많은데 너무 빨리 끝났다. 태림이는 슬슬 나가서 저녁 먹자고 하는데 나는 못내 아쉬움이 느껴져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보통은 태림이가 뽑기 하거나 게임에 몰두에 쉽게 자리를 못 떠나 내가 옆에서 달래주는데 이번에는 태림이가 날 달래줬다.
"오빠, 다음에 또 만화 카페 와서 같이 읽자."
"그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못하면 내가 집에 가서 영상통화 하면서 책 보여줄게. 나 21권까지 있어."
태림이가 재치 있게 말해주니 내 아쉬움은 가볍게 떼어낼 수 있었다.
"우리 다음에는 길게 오자. 한 6시간 있을까?"
"그럴까? 난 이렇게 오빠랑 같이 누워서 만화 보는 것도 좋아, 내가 나가기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알지. 나도 자기랑 같이 이렇게 있는 것도 좋아."
우리가 맨 처음 만화 카페를 왔을 때는 딱히 갈 만한 곳이 없거나 무난한 곳을 찾을 때 왔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음의 기약하는 만화 카페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추억의 상자를 다시 열기 위해. 나와 태림이는 마법천자문으로 다시 한번 그 시절에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느끼러 다음 만화 데이트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