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이와 카톡 중 갑자기 내게 번호 하나를 물어봤다.
"오빠, 아무 번호나 지금 생각나는 거 말해줘."
"아무 번호?"
"응, 1에서 45 사이로"
"음, 17?"
"17. 알겠어."
갑자기 번호를 물어봐서 뭘 하려는 건지 물어봤는데 이번 주에 살 로또 번호에 쓸 번호를 골라달라는 것이었다.
태림이는 수동으로 복권을 사는데 이번에는 내 기운을 받아보겠다며 물어봤다고 한다.
"내가 이번에 1등 되면 소고기 사줄게."
"오, 정말? 자긴 될 거야! 가자 1등!!"
설마 1등이 되겠어?라는 기대되지 않는 희망을 안고 우리는 복권 당첨번호 발표 날을 기다렸다.
당첨발표날, 로또 번호가 나왔다. 나는 로또를 안 사서 신경을 못 썼는데 나와 달리 태림이는 발표를 보고 바로 내게 연락을 했다.
"오빠, 대박."
"왜?"
"오빠가 말한 17번이 나왔어, "
"진짜?"
"근데 나머지 내가 찍은 건 다 틀렸어."
내가 말한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숫자는 나오지 않아 태림이는 내게 다음 번호를 맡기겠다며 또 한 번 물어봤다.
"그러면 이번에는 4?"
"4번? 알겠어. 4와 관련된 거 다 찍는다."
이번에는 좀 더 수를 둬서 4와 관련된 숫자를 찍는 태림이는 어떻게든 1등을 당첨해 내겠다는 의지가 카톡 너머 내게 전달이 되었다. 정말 뜨거운 의지였다.
그리고 다시 추첨날이 다가왔다. 나는 또 복권을 사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태림이는 발표를 보겠거니 하고 난 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다급히 태림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진짜 미쳤어!!"
"왜 무슨 일인데!!"
"나 당첨됐어."
"어? 1등 됐어?"
"아니, 5등."
그렇다. 이번에 태림이는 목표인 1등이 아닌 5등이 되었다.
"오빠, 숫자가 보이는 거야? 말하는 족족 숫자들이 나오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뿐이야."
"그러면 더 생각해 봐. 잘하면 1등을 노릴 수 있겠어."
"자기, 그건 무리야. 설마 되겠어."
"오빠!! 그런 약한 마음을 가지면 절대 1등이 안돼!! 되겠단 마음을 갖고 가야지!!"
1등을 향한 태림이의 투지는 뜨거웠다. 너무 뜨거우니 진정시키고자 로또와 얽힌 이야기를 하나 풀어줬다.
24년도 2월쯤 나는 매주 로또 하나를 샀다. 그때 4라는 숫자에 꽂혀서 4와 관련된 숫자로 맞춰서 매주 똑같이 샀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것은 꽝. 한 달 동안 샀는데 5등조차도 되지 않아 한 주는 건너뛰었다. 그런데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복권을 사지 않은 그 주에 내가 찍었던 숫자가 1등으로 나왔다. 그렇게 내가 살 때는 안 나오더니 내가 안 사니 바로 나왔다. 정말 허무했다. 눈앞에서 바로 1등을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1등을 놓친 로또 이야기, 오히려 태림이의 의지를 더 태운 장작 역할을 해버렸다.
"오빠, 앞으론 매주 로또를 사자. 그렇게 큰 기회가 왔는데 로또를 안 사서 그런 거 아냐!!"
"자기, 그냥 운이 안 좋았을 뿐이야."
"아니, 이건 계시야. 오빠한테 로또 1등을 올 계시."
태림이의 열기는 로또 사건을 들은 후 더욱 뜨거워졌다. 1등을 향한 그녀의 눈빛은 소방차 10대가 와도 전혀 끌 수 없는 태양열과도 같았다. 이날부로 우린 매주 로또를 샀다. 내가 픽한 숫자를 넣으면서.
1등을 향한 길은 멀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