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앞두고 해외생활을 정리하다

by Nadaum

20대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냈다.

집안이 부자여서 유학생활을 했다거나, 부모님의 직장 이슈로 이민을 갔다거나

대단한 꿈을 가지고 해외로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가게 된 몇 달간의 해외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어 져 필리핀유학을 반년간 했다.

그러다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어 져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그게 이어져 이어져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 영국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길고 길었던 해외생활을 정리했다.

큰 이유는 없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했다.

그냥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워킹홀리데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해외에서 살면서도 수많은 어긋난 타이밍에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일자리를 놓치기도 했다.

또 타이밍이 좋게 일자리를 구하기도 이삿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영국에서 워홀을 이어가는데,

문득 해외라는 타이틀만 빼면 내 삶이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해외생활에 대한 커다란 환상도 없었다.

이렇게 돈도 직업도 불안정한 상태로 30대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 꿈꾸던 해외생활의 환상은

도합 5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말끔하게 사라졌고,

20대 시절만큼의 열정과, 에너지가 없는 상태로

어딜 가도 내 집 같지 않은 환경에서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정착할 상황도 못 되었기에,

예를 들자면. 현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던가,

그래서 평생을 약속하게 되었다던가, 원하던 또는 괜찮은 직장을 오래 다니며 현지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다던가 하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대단하지 않았지만 내 기준에서

많은 일들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이 정도면 할 만큼 했구나 싶었다

마지막 내 해외생활에서 돌아올 땐

혼자 해외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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