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라
왕복 6차선 도로.
4거리 중앙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
나다.
고개를 들어 보니 나는 그곳에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깜깜한 그 어두운 시각에 그러고 있는 것인가!
다시 고개를 무릎에 파묻으며 숙인다.
차가 다니지 않는 건,
신호를 기다리고 있어서란 생각에
그 동안 만이라도 잠깐 이러고 있자.
신호가 바뀔 때가 됐는데,
왜 차들의 움직이지 않지?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사거리는 검은 바닥이고 차선도 그려져 있지 않다.
죽을 생각은 아니었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핀다.
내주위만 검고 저 멀리는 여명이다.
하늘 고가 방향을 보니 검은 형체의 사람이 보인다.
차량 통제를 하고 있다.
너무 멀어 그 너머 상황이 보이지도 않는데, 잘도 안다.
마라톤 대회가 있어 여긴 통제구간이라 차도 사람도 없던 거다.
폰을 꺼내 코스검색을 해보려는데, 작은 지도가 전체 경로를 표시하고 있어 언제쯤 여기로 통과할지 알 수가 없다.
지도 확대를 해보려 아무리 두 손가락을 벌려도 확대가 되지 않는다.
계속 헛손질.
핸드폰 표면에 닿지 못하고 계속되는 헛손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