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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05. 2022

아프리카 여행 _ 짐바브웨 셰어워터 래프팅

래프팅의 성지에서 죽을 뻔함

  짐바브웨&잠비아 여행을 계획하던 당시, 친구가 짐바브웨 래프팅을 제안했다. 살면서 해본 래프팅이라고는 금강 래프팅밖에 없었고, 그 당시 추억이 아름다웠기에 OK를 외쳤다. (바보)


  짐바브웨 래프팅으로 말하자면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래프팅 성지로서, 다녀와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죽을 뻔했다고 하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곳이다. 꽃청춘 아프리카 멤버들이 래프팅 하는 것을 방송으로 보긴 했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타는 모습에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죽을뻔했다. 유서를 쓰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 래프팅을 하는 4시간 내내(그렇습니다... 래프팅을 4시간 동안 했습니다) 현타가 왔으며, 더러운 잠베지 강물을 마시고 또 마시니 배도 부르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이 물 마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ㅠ_ㅠ


  7시 40분부터 이론 교육이 시작되었다. 강습은 간결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좋은 소식은 많은 유량, 멋진 뷰였다. 나쁜 소식은 악어, 물 마시면 걸리게 될 배탈 남, 햇빛에 의한 화상... 뭐 이 정도?ㅋㅋㅋ


what the
배드 뉴스.... 크로커다일?!


  8시 20분쯤 래프팅 장소로 출발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래프팅 시작 포인트에 도착.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안전모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었다. 이제 같은 배를 탈 팀을 정하는 시간. 전체 인원수는 대략 20명 정도였고 총 3팀으로 나누어야 했다. 어느 팀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는데 우크라이나 출신 5인 가족이 우리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가족 구성원을 보니 성인 4명과 청소년 1길래 나쁜 조합은 아니다 싶어서 제안에 반갑게 응했다. 그리고 배를 타고 얼마 후 우리의 결정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대재앙의 시발점)


  노를 받은 우리는 가파른 계단을 따라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꽤 무거운 노를 들고 깎아지는 듯한 경사로를 내려가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부실하고 폭이 좁은 철제 계단은 래프팅을 시작하기도 전, 엄청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이 와중에 스텝들은 무거운 보트를 들고 계단을 여유 있게 내려가셨다....!!


  이윽고 래프팅 시작 지점 도착. 그러나 우리는 이미 기진맥진. 스텝들은 보트를 물에 띄운 뒤 팀별로 보트에 앉혔다. 우크라이나 5인 가족과 우리는 캡틴과 함께 배에 올랐다.


이렇게 살벌할 줄 몰랐어요


  래프팅은 9시 반쯤 시작됐다. 우리와 함께한 우크라이나 5인 가족 구성은 50대쯤 되는 여자 2명과 남자 1명,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1명, 그리고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청소년 1명이었다. 다들 풍채가 아주 좋으셨다. 이쯤 되니 드는 생각. '과연 저들이 노질을 잘할까'


  출발 전 패들링 훈련을 했다. 지시는 간단했다. 가이드가 ‘forward’를 외치면 앞으로 ‘backward’를 외치면 뒤로 노를 저으면 된다. 조금 심화해서 ‘right side backward’라고 하면 오른 열은 후진, 왼 열은 전진을 하면 되었다. 초간단.


  그. 러. 나. 대반전. 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자들이었다. 심지어 50대 아버님은 가이드의 설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머님들은 피크닉 나온 줄... 설명을 듣기는커녕 끊임없이 자기들끼리 대화^^ 연습에서도 제대로 패들링이 되지 않았는데, 실전에서는 어쩌지... 하..


  노를 젓다가 가이드가 ‘get down’하고 외치면 배 안쪽에 주저앉고 배의 측면에 있는 끈을 잡고 버티면 된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주머니 2명이 패들링은 하지 않고 계속 ‘get down’ 자세로 배 안쪽에 앉아만 계시는 것.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배가 급류에 휩쓸리거나 뒤집히지 않고 뚫고 나가려면 속력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었다. 속력이 느린 배는 급류에 튕겨 나가 뒤집히기 일쑤. 단결된 패들링과 팀워크가 중요한 것이 셰어워터 래프팅인데, 이 팀에서는 나와 친구만이 죽기 살기로 패들링을 하니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첫 번째로 맞이한 급류는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첫 번째 급류는 급류로 치지도 않는 듯. 2, 3, 4번도 무난하게 잘 넘어갔지만 5번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의 계단) 또는 highway to hell(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불리는 곳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급류를 맞이했다. 일순간 엄청난 급류가 우리를 덮쳤고 수압을 버티지 못한 우크라이나 아저씨가 물을 맞으며 내 쪽으로 쓰러졌다. 아저씨에게 떠밀린 나는 홀로 보트 밖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물에 빠진 직후 나는 패닉 상태가 되었다. 급류에 휩쓸리다가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오면 그다음 급류가 나를 덮치는 알고리즘. 간신히 배를 찾아 측면에 매달렸는데 급류가 다시 나를 덮치면서 보트 밑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Rapid N.5 Stairway to hell
보트 밑으로 쓩!


  침착하게 숨을 꾹 참고 급류 속에서 버텼으면 물을 덜 마셨을까? 상황 판단력이 흐려진 나는 물속 회오리 속에서 끊임없이 물을 마시며 호흡을 하려고 버둥거렸다. 래프팅 하다 죽은 첫 번째 희생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무서웠다. 간신히 보트 위로 기어 올라왔을 때, 나는 래프팅을 이어 나갈 용기를 잃은 상태였다.


  그 와중에 아주머니 두 분은 여전히 피크닉 모드. (진심. 욕이 터져 나오는 입을 틀어막느라 식은땀이) 내 앞에 앉아계신 아버님은 가이드가 노를 저어야 한다고 고함을 질러도 혼자 계속 보트 안에 앉아서 몸을 사렸다. 저 사람들과 싸워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국격을 생각해서 참는 걸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13번 급류 ‘Mother’에 다다랐고 더욱 긴장했다. 이곳은 ‘꽃청춘 in 아프리카’로 본 적이 있었다. 급류를 무사히 잘 통과한다 싶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급류가 우리를 덮쳤다. 급류에 휩쓸리다가 플라스틱 상자에 손이 부딪혔고, 검지에서 피가 철철 났다. 그러나 아직 급류를 완전히 통과하기 전이었기에 피 나는 손으로 노를 붙잡고 젖 먹던 힘을 다해 패들링을 했다.


  그. 런. 데. 이번에는 우리 보트가 급류에 갇혀버렸다. 패들링을 있는 힘껏 해야 물회오리 빠져나가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여전히 피크닉 모드^^ 아버님은 어린 아들이랑 담화 중^^*


  이 모두를 멱살 캐리하는 건 나와 토리, 30대 삼촌 셋이었다. 노를 있는 힘껏 저었지만 2번이나 물회오리에서 탈출하는 것을 실패했다. 그 와중에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한 내 손에서는 아직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가이드가 아버님과 아주머니들에게 화내심...ㅋㅋ


  급류를 빠져나가는 타이밍에 가이드가 다시 ‘forward’를 외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패들링을 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물회오리를 빠져나오게 되었고, 물이 잔잔한 곳에서 가이드가 구급 키트를 열어서 응급조치를 했다. 조치라고 해봐야 알코올 소독 후 일반 밴드(방수밴드 아님) 붙여놓고는 고무장갑 끼우는 게 다였다. 이후로 물에 한 번 빠지고 나오니 고무장갑 안에 물이 가득 차서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13번 급류 ‘Mother’에서 부상 직후 맞이한 14번 급류 ‘surprise surprise’. 가이드에게 급류 이름이 왜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인지 물으니 물에 빠지면 그때 알게 될 거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복선....) 역시나 우리 팀원들은 제대로 패들링을 하지 않았고, 이에 분개한 나는 가이드의 ‘get down(보트 안으로 몸을 숙여!)’ 사인을 전혀 듣지 못한 채 몸을 숨기지 않고 혼자 미친 듯 패들링을 했다. 그러다 급류에 또 혼자 튕겨 나가 물에 빠짐^^ 하....


  물에 빠지고 보니 왜 급류 이름이 ‘surprise surprise’ 인지 알 수 있었다. 물속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통돌이에 깜짝깜짝^^ 마치 세탁기 안에 들어간 것처럼 내 몸이 물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가까스로 보트 위에 건져 올려진 나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 다친 손도 너무 아팠다. 무엇보다도 저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 래프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단을 내린 나는 가이드에게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가이드는 도중에 래프팅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도중에 올라가는 길이 없다면서 끝까지 가야 한다고......ㅎㅎㅎㅎㅎ 왓더?!


느낌 아니까


  가이드는 이곳의 지리 특성 때문에 중도 포기가 불가능하며 끝까지(24번 급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나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내가 그려온(?) 죽음의 순간은 고통 없이 한 방에 가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서서히 고통스럽게 물을 마시며 죽을 거란 생각에 정말 죽고(?) 싶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버텨야 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했다.....ㅋㅋ 사망보험금도 적게 가입하고 왔단 말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다음으로 맞이한 17번 급류. ‘Judgement day’에서는 보트가 전복(flip)돼서 모두가 물에 빠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이드는 전복된 보트를 다시 뒤집어야 한다고 했다. 가 위에서 끈을 잡고 보트를 뒤집자 밑에서 이를 돕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뒤집히는 배 밑에 깔리게 됐다. 또다시 물속에서 필사의 탈출 시작. 사실 이때가 제일 무서웠는데, 무거운 보트에 깔린 채 눈을 감고 손의 감각에만 의지해 보트 옆으로 빠져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공포가 나를 또다시 짓눌렀고 물을 많이 마셨다. (하루 종일 물만 마심) 다행히 무사 탈출.


  급류 통과 후 물이 잔잔한 곳에서는 새끼악어도 봤다. 악어 성체도 있다고 하던데 못 본 것이 다행이겠지?


  급류가 너무 거센 곳에서는 다들 배에서 내려 그 옆의 바위 위로 걸어서 통과하기도 했다. 1인 카누를 타는 전문 구조 스텝은 그 급류를 타고 지나가더라는.....(와우) 무거운 보트들은 혼자 급류에 떠내려가게 흘려보내던데 어떤 가이드는 혼자서 그 큰 보트 1개를 타고 급류 통과하기도 했다. (저 사람도 목숨 여러 개?)


  모든 급류를 다 통과하고 우리 팀은 드디어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 그러나 더 험난한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등산이었다. 계곡 밑에서 다시 산 위로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목적지까지 등산하여 올라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으니 가이드는 20분 또는 3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누구는 20분이 걸렸고 누군가는 3시간 만에 올라갔다)


  나는 20분 만에 올라가리라 마음먹고 불꽃 등산을 시작했다. 빽빽한 나무들 때문에 정상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올라가서 쉬자는 마음으로 초반에 엄청 열심히 올라갔다. 쉬지 않고 15분쯤 올라갔을까. 아무리 올라가도 정상이 보이지 않길래 스텝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니, 절반 정도 올랐다는 대답;;;;


  결국 한 번에 오르는 걸 포기하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스텝 한 명이 와서 부축해주겠다고 했다. 거절할 처지가 못 돼서 감사하게 부축을 받기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한 10번은 쉰 듯. 고맙게도 스텝은 내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올라 가주셨다. 대략 40분 만에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고 체력을 요하는 것으로 치자면 래프팅보다 이후의 등산이 훨씬 더 힘들었다.


정상 도착
저 오두막 밑에서 점심을 다 함께 먹었다.


  오후 2시, 드디어 정상에 도착. 목이 너무 말랐다. 게다가 햇빛으로 인한 화상 때문인지 얼굴이 너무 따가웠다. 아이스박스에서 물 한 통을 꺼내서 절반은 마시고 절반은 얼굴에 부었다. 선크림이 다 벗겨졌나 봐. 화상 때문에 피부가 심하게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있으니 친구가 도착했고 같이 앉아서 말없이 휴식을 취했다. (말할 힘도 없음) 스텝들은 늦은 점심을 준비했고 빵, 버터, 으깬 감자, 닭고기 바비큐 등이 제공되었다. 빵을 먹는 사이 스텝 한 명이 다가와 래프팅 영상 DVD를 사라고 홍보했다. 가격은 55 USD. 다소 비싼 가격에 우리가 머뭇거리자 직원은 40 USD까지 할인을 해줬다. 사기로 결정.


  점심을 다 먹고 나니 2시쯤 됐다. 업체에 맡겼던 개인 물건들을 돌려받고는 다 함께 버스에 올랐다. 셔틀버스는 사람들 숙소마다 친절하게 내려주었다. 우리는 다음 일정으로 갈 짐바브웨 빅폴 국립공원에서 내리기로 했다.




https://youtu.be/V0QbcwtCg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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