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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 기억 더듬기

7. 참새의 하루

by 조유상


아버지가 어느 날 참새망을 사다 걸었다.


우리 집엔 앞뜰이 있었다.


대여섯 살 난 어린 내가 초가집 대문을 발로 뻥뻥 차며 '아버지는 뭐 하는 거냐, 집도 안 짓고'라고 한 바람에 새 집을 짓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끝에 지어진 빨간 벽돌 양옥집, 그러고 나서 만들어진 뜰이었다. 충남 성환이 고향인 엄마는 고향집 뜰을 떠올렸을까? 가보지 못한 엄마 친정집 뜰은 알 수 없으나 내 엄마의 뜰은 제법 봐줄 만했다.


철마다 엄마 손끝 정성에 꽃이 피어났다. 늦가을이면 앞뜰 계단참에 놓였던 화분들을 부엌을 거쳐 발판 두 개 빼낸 지하실로 고이 모셔 들였다. 오빠들과 나는 낑낑대며 화분을 옮겨야만 했다. 집의 역사만큼 함께 자란 꽃나무들이 우거졌고 크고 작은 새들은 풀빵구리 드나드는 참새처럼 넘나들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참새구이를 드시고 싶으셨나 보다. 우리 가족 아무도 말린 사람이 없던 걸로 보아 다들 참새고기에 군침을 삼키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아버지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던 걸까?


내 방 책상에 앉아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면 창밖으로 뜰과 앞산 언덕이 바로 보이곤 했다.

아버지가 참새망을 치고 간 뒤 하루 만에 참새 한 두 마리가 걸렸는지 아버지는 그걸 구워드셨던 거 같다. 나에게나 식구 누구에게도 구워서 먹어보라 하신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작디작은 녀석들, 살점이나 얼마 되었겠는가. 톡 털어 넣어도 아버지 한 입 거리밖엔 되지 않았을 터.


얼마 뒤 책상 앞에 앉았던 내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내다 본 참새망에 마침 참새 한 마리가 걸려 파닥이고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아버지의 입이 중요할까? 참새를 구하는 게 중요할까?


마침 집안에 인기척이 없었다. 나는 얼른 마당으로 내려갔다. 어린 참새는 여전히 가여운 날갯짓을 파닥였고 파닥일 때마다 참새의 발에 가느다란 망이 더 꼬이고 있었다. 잠깐 바라보다 말했다. 참새야, 잠깐만 기다려, 빼내줄게. 조금만 참아, 하고선 참새를 왼손에 가볍게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부드러운 털이 가엽게 느껴지며 내 오른손과 왼손은 부지런히 움직여 이리 빼고 저리 돌려 간신히 올가미를 풀어냈다. 참새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 날아가서 식구들하고 친구들한테 여기 몹쓸 망이 쳐 있다고 전해. 절대 절대 가지 말라고 꼭 말해야 돼! 하고는 휙 날려 보냈다.


아유, 죽다 살았네, 참새가 말을 했다면 그랬으려나?


말귀를 알아들었을까, 그 뒤로 몇 날 며칠 지켜보아도 참새는 더 이상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다.


그제사 아버지한테 슬그머니 말씀드렸다.

아버지, 참새가 다 눈치챘나 봐요. 이제 한 마리도 안 걸리는 거 보니까... 이제 걷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게. 속으로 입맛을 쩍 다셨을지 모를 아버지는 이내 망을 걷어버리셨다.


히유, 드디어 참새망에서 내 발이 빠져나간 듯 비로소 마음에 해방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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