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웃기는 짜장면과 간지 짱 아들
(아마도 10년 전 이야기?)
우리 집 막내 유영이를 보면 역시 기쁨조다.
곁에만 있어도 즐겁다.(23살 난 지금은 쫌... 아닌 듯)
어릴 때부터 막내를 '기쁨조'라고 불렀다.
어제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큰아들 하영이가 옷을 사달라고 하기에
정말 모처럼 작정을 하고 홍성롯데마트를 가 보았다.
여행가방(요즘은 캐리어라 하는, 친구들이 다 끌고 다닌다나...)과 배낭,
티셔츠와 남방, 바람막이 점퍼를 하나씩, 정말 큰맘 먹고 사 주었다.
그동안은 남의 집 애들한테는 선물해도 정작 우리 자식들에게는 별로 사준 게 없다. 독산동에 사시던 애들 둘째 고모가 우리 애들보다 두어 살 위 형제를 돌봐주는 일을 하시면서 철마다 작아서 못입게 된 옷들을 보내주시곤 했으니 늘 고맙게 받아 입히곤 했다. 사주지 못하고 헌옷만 내려보내 미안해 하셨지만, 나는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살뜰한 마음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다. 다른 형님들한테도 받을 때마다 일일이 빨아 개켜 보내주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 안았다. 양말과 러닝 팬티, 교복과 운동복 몇 벌 외엔 사준 게 별로 없다. 대체로 얻어 입히거나 녹색가게, 우리 동네 여농센터에 있는 재활용매장에서 500원이나 천 원짜리 옷만 사다 주었을 뿐.
그러다 보니 미안한 생각도 쪼끔 들긴 했다.
그동안은 별 불만 없이 잘 따라주었는데, 역시 사춘기가 되었는지 달라졌다. 요새는 빗도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니면서 거울도 보고, 안 하던 샤워도 스스로 2,3일에 한 번씩 잘도 한다.
역시 기다려주면 되는구나...
전엔 지저분할 때마다 씻으라고 지청구를 했는데, 이젠 다 컸구나 싶다.
어제 흐뭇할 정도로 쇼핑을 하고는 모처럼 안 사주던 '넘의 밀 빵'(우리밀빵 아니고^^)도 사서 같이 나눠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나도 이제 웬만큼 얘기 상대가 되는 거 같지?" 하더니, "아직은 아닌가?" 하고 웃는다.
"거럼~, 이젠 엄마랑 친구처럼 얘기가 되네 그려..."
"이제 조금 있으면 엄마가 친구였다가 할머니 되니까, 그땐 네가 용돈도 주고 잘 돌봐줘야 돼~!"
하고 미리부터 장난 삼아 다짐을 받는다.
"물론이지!!!"
"다달이 60만 원씩!" 그랬더니, "많이 벌면 더 드릴게요~!"
"어, 좋아 좋아, 그럼, 그래야지!!!"ㅎㅎ
그건 그때 가봐야 되겠지만, 여튼 현재 기분은 좋다...
집에 와서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여전히 신나서 빙글거린다.
"엄마, 이렇게 옷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 보이네."
"그러게, 넘의 아들 같네, 간지 짱이다!"
막내 유영이가 자기 선물은 없냐고 묻는다. 그럴 줄 알고 사온 아몬드니 땅콩이 들어있는 견과류 과자를 주었더니, 신이 나서 형이 수학여행 때 먹게 달라니까 성큼 덜어준다.
그러면서 형이 가방 사온 박스를 자기 달란다.
그러라니까, 좋아라 하며 박스에 들어간다.
"나, 박스에 앉는다"
그러기에 "어어, 안 될 텐데... 찢어질 거 같은데" 하는 순간, 이미
앉아서 한쪽이 뿌지직! 빡! 크헉!
그래도 유영이는 나뒹굴며 재밌어한다.
"풀하우스야"(개콘에 나오는 단칸방 소재 코너를 참조하시라!)
ㅋㅋ
"기가 막힌 풀하우스네~!"
찢어진 박스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혼자 재밌어 죽는다.
어이없는 상황에 덩달아 웃다가
"내년 유영이 생일선물은 냉장고 박스다! 아니, 에어컨 박스로 할까? 아님 아예 트럭박스...?"
"조아조아"
다음날 큰아들 하영이는 제 용돈으로 산 모자와 목걸이를 하고
전날 사준 티셔츠에 가방을 메고 끌고 나선다.
"아들, 간지 짱 아들, 잠깐 지둘려 봐~! 인증샷을 해야지!"
한 컷 찍고 보냈던 기억 한 장.
#아들들 #자식을 키우며 #기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