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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며

2. 마주이야기- 청개구리

by 조유상

아이들이 커가면서 청개구리가 되는 때가 있다.

청개구리는 죄가 없건만 꽉꽉 대는 시끄러운 소리 까닭일까, 부모들은 너나없이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식들은 들으며 자란다. 올챙이 시절을 까무룩이 잊은 부모들은 대체로 저희는 애초부터 올챙이를 건너뛴 개구리 코스프레를 한다.

우리 막내 유영이는 참 오랫동안 '안(NO) 청개구리'였나 보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업으로 삼기 시작하며 태어난 막내. 우리는 그 둘째를 트럭에 태우고 다니며 젖 먹이고 이유식 하며 밭에서 아장거리고 놀게 하며 키웠다. 찡찡거리지도 않았다. 순하고 무던한 녀석은 흙장난하고 놀다 자울자울하면 트럭에 눕혀 재우곤 했다.


7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청개구리 기운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거였다. 우리는 그동안 기쁨조 유영이가 보여준 귀염둥이 짓과 효도를 다 잊어버리고는 잠시 멍해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그러다가 에이, 그동안 우리말을 너무 오랫동안 잘 들은 거지 뭘, 하고는 곧 새롭게 적응해 가기 시작하며 아이의 자람을 즐기고 있었다.

하루는 무얼 말해도 하도 안 듣기에,

“아유, 우리 유영이가 청개구리가 돼 버렸나 봐” 했더니,


“응, 나 청개구리 엄청 많이 먹었다!”


“그래~? 그래서 그렇게 말을 잘 안 들었던 거였구나!”


그러다 저녁 먹는 데 말을 고분고분하게 하며 잘 듣는 게 아닌가? 신기해서

"어, 우리 유영이가 청개구리에서 사람으로 변신했나?" 그랬더니,


"으 ~ㅇ, 나 청개구리 백 개 먹었는데, 다 뱉었다."


"우와, 진짜, 다 뱉었어?!"

“으으, 근데... 한 마리 남았어.”

크하, 우린 모두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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