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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7. 그대 이름은

by 조유상


이른 봄부터 궁금했어

문득 숲길을 걷다 너의 향기를 발견했지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우뚝 서서

향기에 발길 잡혀 주위를 두리번거렸어


동백잎 보다 얇으레해 바람에 곁을 주고

보들보들 매끄럽고 향기까지 매혹하니

처음인 듯 마주하는 얼굴에 대고 물었지


너는 누구실까요?

말없이 뱅그르 웃기만 하던 하얀 꽃과 초록잎

기어이 네 이름을 알고야 말았어

상산나무여, 그 반드르한 정겨움


그 어떤 봄 신부보다 아름다워

그 어떤 가을 하늘에도 곱디고와

흔히 볼 수 있어 더욱 사랑스러운 너여

온 제주에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 걸까


돌다 보면 만나고 만나고 보면 늘 반가워

향기를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에게 한 잎 따서 건네며

오늘 하루 행복하실 거예요

내 향기인 듯 마음껏 인심을 쓴다


미안해 너를 아프게 따고 가서

고마워 너의 향기로 하루가 말개져서

반가워 너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언젠가 제주 떠나는 날 오더라도

너의 이름 하나 꼭 간직하고 떠날 거야

숲 어귀마다 말없이 향기로 반기던 너를


두고 가더라도 잊지 못할 거야

이내 그리워질 거라는 걸

향기로 말 걸었던 숱한 시간을



#상산나무 #향기로 말 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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