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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6. 틈

by 조유상

어느 틈에 구름 둥둥 거느리고 하늘이 개였다

맑은 햇살 일 년만인 듯 설레게 비추인다

초록 잎새 사이를 비껴가며 감들이

하늘빛에 살짝 볼을 물들인다



푸른 하늘 뒤로 흐린 하늘 뒤따르는 사이

불현듯 네 미간이 찌푸려진다

어느새 울먹이는 목소리 선을 건너오는데

해 줄 게 없어 밥 한 끼 먹자 전화기 너머로 손 내민다



나눌 수 있는 건 그냥 밥 한 끼뿐

밥이 따뜻하게 상에 놓이고 그 밥을 목 뒤로 씹어 넘기며

따뜻한 밥 온도만큼 다시 차오르는 수은주는 빨간빛

내일은 또 내일, 오늘은 또 오늘



가을이 자주 흐렸고 가끔 눈물을 훔쳤다

말개진 얼굴빛으로 찾아온 너의 하늘에

구름 동무들 입 실쭉거리지 않고

환하게 웃어준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네 손에 찰랑히 담긴 온기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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