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57. 창밖을 바라보다

by 조유상


창문을 열며 손으로 바람을 느껴본다

볼에 스치는 바람이 온기를 가지고 있다

마음이 슬그머니 놓이는 오늘


마음이 밖을 거닐어도 좋다고

창밖 햇살은 속살거리고 있다

오늘을 다정하겠다는 저 약속


하늘에 새끼손가락 걸고 나가기를

끄덕인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을 향하다 우뚝 멈춰 선다


아니야, 몸을 놀리며 운동틀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이들을 창 너머로 본다

그냥, 차라리 안을 선택하기로 한다


잃은 친구를 소리 없이 떠올리며

그와 환했던 웃음이 살아나는 오후

창밖은 어느새 다시 희부연히 어둠이 내려앉는다


너무 일찍 괜찮은 척하지 말자

너무 서둘러 보내려 하지 말자

오래 곰삭은 세월 징검다리


천천히 느리게 아주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아다지오

라르고 아다지오 아다지시모


마음이 시키는 대로

종종걸음 대신 긴 숨을 내쉬며

창밖 시선을 안으로 갈마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