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58. 창을 닫고

by 조유상

크리스마스 이틀 동안

집 울타리 바깥을 걸어 나가지 않았다

이브에 충분했던 어울림의 시간

파도에 섞어 바람결에 실려 보냈다


넘들이야 크리스마스라고 흥청대든 말든

아랑곳없이 파묻어둔 마음과

쌈 싸 먹을 너른 공기로 충분해

헤실거리지도 찡그지도 않았다



무채색의 크리스마스가

찬란함 없어 아름다웠다



방 밖은 휘몰아치는 바람이 넘실댔고

닫아걸어둔 내 안은 고요했다

덜컹이는 문은 바람을 알리고 사나웠지만

기어코 응답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 끼 밥을 공손히 해 먹고

하루에 한 번 똥을 누었다

하루에 서너 번 물을 마셨고

하루에 서너 번 오줌을 누었다



들어가면 나오는 건 정확한 과학

들어갔는데 웅크리고 맴돌고만 있는 건

바람에도 휘둘리지 않는 어떤 뿌리


무엇으로 사는가




싱어게인과 우리들의 발라드 노래를 들으며

대신 불러주는 삶을 향기로 맡는다

애쓰는 젊은이들 삶이

있는 그대로 날것이어 좋았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야말로

나라는 사전(辭典)을 민낯으로 만난다



아무것도 부러 애쓰지 않고

아무것도 애달피 계획하지 않는다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고 싶은 대로 불도록

내버려 두어도 흩어지지 않고

흩어져도 괜찮은 시간 속에

그저, 그냥, 이렇게

고요히 머무는 시간 자체가

빅뱅이지



조각조각 빛나던 순간을

마주하는 시간만으로

트림이 배부르단 시늉을

대신해 준다




창을 닫고

창을 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