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59. 그루터기라는 이름으로

by 조유상

마음이 훌쩍 허룩해진 날

들려오는 소소한 말소리도

바람인양 귓가를 흘러내리고

거스르미처럼 일어나는

정체 알 수 없는 희부연한 슬픔



숲으로 들어가면 잊었던 외로움이

왈칵 소름으로 돋아난다

잊고 싶지 않은

그루터기 닮은 슬픔이

뭉그적대고 거기 주저앉아 있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도 없이



팔 뻗고 더는 자라지 않지만

낮게 웅크리고 남아 있는 너는

온전히 사라지지 않겠다는 결심일까

턱 하니 바닥에 기대앉은 쓸쓸함이

몽툭하고 넙데데한 얼굴로

맹하니 올려다보고 있구



맑으나 맑지 않고

흐리나 노상 흐리진 않

쓸어 담아 버린 줄 알았는데

파묻지도 않은 가슴에

오목히 파고든 너,

그루터기 슬픔아



방부제 바르지 않아도

썩지 않고 남아 있는 너,

동그란 원형(源形)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시선,

함부로 피할 수 없는 너가

소용돌이치는 나이테마다

세월을 묻어 키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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