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괄호 안의 진실
*오늘은 좀 가볍게 가고 싶어서... 2024년 5월 초
비 오는데 꾸러미 준비를 했다. 하우스 안에서 루꼴라를 따는데 바람도 불고 써늘하다.
나 : 춥지 않아?
남편 : 응? 춥네. 하우스 문 닫으라고?
나 : 아니, 따뜻하게 입고 하라고.
남편 : 으응~ 난 또 문 닫으라는 줄...
그러더니 자기도 추운지 좀 이따 슬그머니 일어나서 하우스 옆구리 문을 다 내리고 온다.
루꼴라를 처음 맛본 게 언제더라? 아마도 한 6,7년 전? 동네서 솜씨 좋은 친구가 모두랑식당 할 때 루꼴라 피자를 화덕에 구원 판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엄청 맛있다 하고 넘들도 그러는데, 난 당최 뭘 그런 열무 같은 맛이 그리 맛나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더니 어느 결에 차츰 먹어보고 또 먹다 보니 이젠 우리가 심은 지 3년 차. 쌉쌀 매콤하고 고소한 향과 보드라운 식감이 음, 이젠 제법 당긴다. 후각을 자극하는 향이 어찌나 좋은지.
경운도 않고 틀밭에서 약을 일절 하지 않고 키우다 보니 작은 구멍들이 송송 나 있다. 아주 작은 벌레들이 한입씩 드신 거겠지. 이젠 꽃대도 올라오기 시작하니 다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장난 아니다.
막내가 일하면서, '아, 난 루꼴라랑은 안 맞는 거 같아' 한다. 그래서 중간에 좀 쉬운 울릉도취나물 따기로 일을 바꿔줬다. 루꼴라가 좀 크고 나니 하는 시간 비례 너무 번거롭고 효율이 떨어진다. 보통은 하우스 안에 또 구멍 난 비닐 씌우고 거기다 심곤 하는데 우린 땅을 비닐로 덮지 않았으니까.
일하고 있는데 동네친구들로부터 호출 전화를 받는 남편.
나 : 왜? 또 회 먹으러 가재? 갔다 와.
막내 : (나랑 동시에)가~~. 갔다 와~.
막내의 '갔다 와~'에는 끝에 억양이 한 번 꺾여 내려갔다 늘이며 올라왔다. 심상찮다.ㅋ
아들과 나, 둘이 마주 보며 웃었다.
막내 :(한 번 더) 아빠, 갔다 오라니까~. 괄호 열고 후환이 두렵지 않으면 괄호 닫고.
막내가 싱긋 웃는다.
남편 : 갈까? 진짜?
누가 봐도 이미 마음은 콩밭인 걸...
막내 : 응 응, 가고 싶음 가야지, 머. 괄호 열고 죽고 싶으면~~ 괄호 닫고 ㅎㅎㅎ.
아 무셥다.
저 웃음과 괄호 안의 진실^^.
막내가 일하면서 갈참나무 잎으로 요런 장난도~.
#괄호 #괄호 안팎 #괄호 열고 #괄호 닫고 #괄호 안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