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72. 창문을 갈아 끼우며

by 조유상


빈집도 아니건만 안주인 없는 집에

부재중 신호인 양 차곡차곡 쌓여 있던 먼지

거인의 집 정원처럼 쉽게 열리지 않던 창문

이중창을 하나하나 떼어낸다



방충망은 벌레만 막은 게 아니었구나

안팎 먼지를 코털처럼

막아내고 걸러내다

쌓이고 쌓여 시커멓다



식구들 눈에는 미처 보이지 않는

투명 먼지였던가

호스로 물을 뿜자 기다렸다는 듯

시커먼 재채기를 왈칵 뿜으며 쏟아져 내린다



꺼먹 물이 재로 흐르고 쓸쓸함을 털어낸다

추위와 더위, 부는 바람을 막아주던 이중창

또 무엇을 막아주었으려나



차례로 떼어내 하나씩 닦아

옆으로 비껴 얼추 말리고

역순으로 끼워 맞춰 넣는다



새로이 닦아 갈아 끼운 창문으로

개운한 마음 빈 가슴으로 스며든다

희게 피어날 목련이 또렷하고

창밖 푸른 하늘이 비로소 다시 빛난다




#창문 #먼지 #쌓인 그리움 #쌓인 쓸쓸함

#이중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