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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7. 하루 종일 안개비

by 조유상

안개인 줄 알았어

들어가 보니 안개비였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폭 쌓여 있어

기억의 숲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둘러봐도 모르겠어

어디가 출구이고

어디가 입구인지


걷고 걷다 나무부리에 툭 차여

넘어질 듯 다시 걸어 봐도

천지가 고요하네

무릎까지 이끼 장화 신고

나무는 나무끼리

속삭임도 멈췄어


품에 고르게 퍼지는 안개비

가지마다 내려앉은 안개

안개가 나인지

내가 안개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속절없이 품 속까지 젖어드는데

품고

간직하고

바라보아도

알 수가 없어


어디까지가 너인지

어디까지가 나인지

어디까지가 우린지


경계 없이 너울지는

안개비가 머릴 헝클인다


왈칵 눈물인지

안개빗물인지

얼굴을 적시는 축축함


성글게 그립다

드물게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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