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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6. 아픔을 아픔이라 말하지 못하고(4.16)

by 조유상

그런 날이 길었다

우는 입만 있고 아우성이 함성이 되지 못한 날들

길고도 끝나지 않는 울음



아파 차마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

기억만으로도 꺼억꺼억 소리 내 울 수밖에 없는 아픔

아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넘지 못할 기억의 문지방


나의 아이들일 수 있었다

우리의 아이들일 수 있었다

우리 식구 중 하나일 수 있었다

꺼내고 싶지 않지만 묻어둘 수도 없는 슬픔이 있다


갈피를 열면 소중한 이들

밀물같이 밀려들고

살아 있던 흔적 줄줄이 묻어 나오고

아직 못다 한 애도는 잦아들지 못하고

웅웅 밤바람으로 울고 있다


가 닿지 못할 먼 곳에 있는 이들

가슴에 품고 토닥이는 시간

날은 저물고 밤새 뒤척이는 날

가족의 울음이 더 이상 묻히지 않기를



기억이 아픔으로 꺼내지지 않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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