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21. 브런치스토리 맛은 어때?

by 조유상


브런치스토리에 작가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다르다.

미리 엿이라도 붙여놓은 듯 한 번에 철썩 붙은 사람은 운이 좋다? 운전면허 단박에 따는 사람은 운전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고율은 높을 수 있다. 운과 머리가 좋아 요령을 잘 터득해 그럴 수도 있고. 좋다, 자랑은? 그래, 해도 되지만 별로 듣고 싶진 않다.


그럼 떨어진 사람은?

물론 운이 나쁜 사람이고 실력과 노하우를 충분히 익히지 못해서 일테지. 무대 울렁증이 있는 것처럼 운전면허 시험 앞두고 덜컹거리는 마음, 대사를 앞두고 핸들을 휘어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은 우황청심환을 먹고서나 간신히 진정이 되는 나 같은 사람이다. 또 진입장벽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일수도 있다. 이 가벼움은 최소 룰을 무시하게 한다. 뭔가 분명한 쓰기의 알맹이와 분류가 필요한데 그걸 놓쳤을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떨어진 이유가 또 뭐가 있을까? 음... 아마도 자만심? 내가 이 정도 하는데 늬들이 나를 안 뽑아? 하는. 이거 아마 있지 않을까 싶다. 잘 쓰지만 뭔가 2프로 지나친 자기 확신도 커트라인에서 목에 딱 걸리는 거 아닐까... 사실, 내 짐작이기 때문에 아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날 더 꼽는다면, 절박하지 않은 마음? 그냥 글을 쓰고 싶다가 아니라 목가지 꼴까닥 차오른, 더 이상 내버려 두면 나를 다치게 하겠다거나 숨을 못 쉬어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은 절실함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대학과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입학시험지 채점을 해 보기도 했던 나로서 이것 역시 순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기준이 나름 브런치스토리 팀에 있겠지, 우리가 학교에서 그러했듯이.


나는 전에도 잠시 말했듯이(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10화 참조) 재수, 삼수를 거쳐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입성했으니 떨어질 만큼 떨어져 본 셈이다. 얼떨결에 붙고 나서 방출한 첫 회 글은 브런치 작가가 된 줄도 모르고 쓴 글이었다.

처음 입성할 때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준비해 나누기할 건지를 잘 밝히면 비교적 쉽게 인정받는 거 같다. 이런 건 네이버에 찾아보면 블로그에 수없이 자세히 있으니 패스, 하려다 한 가지 꿀팁이라도 끼워 넣자면, 옷정리를 생각하면 비교적 쉬울 거 같다.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하다. 일단 최근 1,2년 동안 안 입었던 옷,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나도 이게 진짜 어려운 일이긴 하다!).


옷장이 앞에 있다.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이 있고 켜켜이 서랍에 개켜 넣어야 할 옷이 있다. 대분류와 소분류를 말한다. 겨울에 입을 것과 봄가을에 입을 것이 있으니 소주제가 그거다. 모자나 머플러, 액세서리 등 소품은 유머이자 글맛인데 이건 진입 시 2,3개(최대 3개)까지 브런치팀에 보낼 때 공들여 넣기로 한다.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해서 브런치스토리에 드디어 입성을 했다. 따란~ 꽃길은 펼쳐져 있지 않다. 레드 카펫은 더더구나 없고. 무지하고 눈치 없는 나는 맨땅에 헤딩을 수 만 번 하고 있다. 그냥 맹한 공간만 무한 펼쳐져 있을 뿐, 새로운 황무지를 내 발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진입한 뒤엔 비교적 자유롭다. 마음 내키는 대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를 올리고도 있으니 놀랍다. 일단 글 쓸 공간이 확보되었으니 숨 한 번 크게 들이켜고 브런치 숲길을 스적스적 걸어도 좋다. 향기도 나고 사람 냄새도 난다. 책을 낸 작가도 있고 갈래를 나눈 매거진은 물론, 브런치북이란 형식으로 미리 묶어진 글도 많다. 아주 더디게 배우고 느리게 더듬어가는 중이다.


예컨대 가다 급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친다거나 기어변속(나의 경우, 운전 배울 초기에 이걸 이해하지 못해서 젤 어려웠다) 하기 어려워 패스한다거나. 지금이야 자동이 있으니 (알고 보면 엄청 재미난) 기어변속을 안 해도 되지만 30여 년 전 그 당시는 있었다. 아, 지금도 아마 자동이 아닌 수동자동차 시험을 보려면 필요할 거다.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는 건 아주 중요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속도감이 옆의 차들과 흐름을 타야 하기에 시속 100으로 쌩 달려도 빠른지 잘 모르지만 국도나 동네 길에서 그런 속도로 달리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으니까. 자신만의 글쓰기 완급과 다른 작가들 글 읽기의 완급 조절도 필요하리라.


신기한 건, 다른 이의 글과 책을 읽을수록 쓸 거리가 많아지고 생각은 갈래를 만들고 재미난 오솔길도 발견한다. 보물 찾기를 매일 한다. 다른 작가의 글에 댓글을 다는 섬세한 마음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작가와 만나 있고 글벗은 대추나무 연 걸린다. 때론 이 작가에 정박했다 다른 배로 옮겨 탈 수도 있다. 이 계곡으로 갔다 건너편 골짜기로 들어서 나를 환호케 하는 야생화 군락지를 만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무궁무진 야호! 를 외친다. 이러니 매일이 보물찾기 아닌가? 내 글을 쓰는 재미와 다른 이의 삶결을 만나는 재미가 여울져 흐른다. 브런치스토리는 글 여울목이다, 아니 글 바다다. 자유형부터 배워 배영을 하든 평형을 하던지 놀다 힘이 생기면 접영을 해도 좋고 캐낼 보물이 무진장한 바다라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많은 글을 흠향하며 내 글을 되돌아보게 된다. 조급함은 금물이다. 글솜씨가 하루아침에 월담하지 않으니 많이 보고 도서관에 기웃거리다 보면 감은 키워지기 마련이니까. 많이 읽다 보면 역시 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풀썩 주저앉게도 되지만 좀 느긋하면 어떨까.





나는 우리 나이로 이미 환갑과 칠순 사이 딱 반이라 마음이 종종걸음 할 거 같지만, 아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러 많은 이가 강원도 정동진으로 몰려가지만 지는 저녁노을이 더 오래 머물고 진한 여운이 남지 않던가? 캄캄한 먹빛으로 암막 커튼 쳐지기까지가 길다. 어둠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 어둠을 받아들이며 고이 품어내는 시간을 즐기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쓰다 스러지면 거기까지,라고 작정하고 가는 길이라 막막하지도 쓸데없이 채찍질하지도 않는다. 이게 젊었을 때와 달라진 점이다. ‘이래야 된다 저래야 성공한다’식 자기 개발서처럼 성장을 부추기고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자본주의식 허덕거림이 내겐 딱, 멈췄다. 왜? 나는 이 나이까지 살아봤으니까. 오늘이 소중한 나이고 오늘밖에는 없다는 걸 이미 안다. 오늘 내게 선물로 주어진 시간 레이다망에 들어온 나와 숲, 내 이웃과 나누는 소소한 웃음이면 충분하다.


가족들에게 인허를 받고 일 년이란 시간을 고스란히 받아 안은 나는 오늘도 남편에게 고맙다. 그와 함께 산 30년 세월 중 그가 최고로 고마운 선물을 내게 준 셈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뒤 차츰 나를 아는 지인들한테 살금살금 글쓰기를 알렸다. 들어와서 ‘좋아요’를 누르고 기꺼이 구독하는 이도 있지만 읽는지 마는지 소식조차 없는 이가 더 많다. 상관없다. 아니, 조금은 서운하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계속 쓸 거니까.(어, 이거 중식이의 '나는 반딧불' 버전이닷!)

https://youtu.be/CL5VBKUK-_Y?feature=shared


젤 나중에 알린 남편은 내가 브런치에 글 올린다 하니까 물었다. ‘밥도 주는 거야?’라고.

그만의 유머에 빵 터졌다. 혀끝에 느껴지는 내 글맛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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