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 수사 2

13. 수사 2

by 왕십리

13. 수사 2



범인이 그 많은 단서를 뿌리고 다녔는데 아직도 용의자조차도 특정하지 못하고 중요한 접선 기회도 다 놓쳐버린 책임을 물어 결국 수사반장과 수사팀 일부가 교체되었다.

장진수 반장은 과거 굵직한 어린이 유괴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그 분야의 베테랑 형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신뢰하는 직원을 추가로 투입하여 수사팀을 보강하고 대대적으로 범인 추적에 나섰다.

“우선 범인이 그곳까지 걸어서 오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을 들고 이동할 것을 생각하면 그 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그곳에서 택시를 이용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방법은 하나, 차량을 몰고 와서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킨 후 걸어서 접근했을 것이다. 분명히 차를 어느 곳에 주차했을 텐데, 주위 주차장과 주차 가능한 공터의 인근 방범 카메라를 뒤져 보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방범 카메라가 없는 주차장과 공터가 많아 단서를 찾기에 애로를 먹는 중에 주택가에서 수상한 제보를 받았다. 그 시간 때에 낯선 차량이 자신의 집 주차장에 연락번호도 없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가고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혹시 차주에게 전화하지 않으셨어요?

”글쎄, 야단 좀 치려고 전화번호를 찾아봤는데 아예 없었어요. “

“차 번호는 혹시 못 보셨어요?”

“번호는 아마 6과 4자가 보인 것 같았는데”

“6과 4? 차 종류와 차 색깔은 기억나세요?” 형사는 범인이 변조 차량 번호판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숫자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납치할 당시 범인의 차 번호와도 맞지 않은데 뭐!’

“그것이 아마 검은색 체어맨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체어맨!’ 처음 은비를 납치할 때 이용된 차량도 검은색 체어맨이었다. ‘계속 검은색 체어맨이 등장하는데 범인이 바보가 아니라면, 한번 노출된 차량을 계속 사용한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우리가 체어맨 프레임에 갇혀 우연한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체어맨은 대부분 검은색이고 주위에 저렇게 널려 있는데 말이지.’

“오늘 제보된 체어맨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모든 주차장에 그 시간 때 움직인 차량을 전부 조사해 보고해라! 그리고 가방에 지문 조사도 국과수에 의뢰하고, 오늘 지구대에 교통체증에 관한 민원과 견인차를 불렀던 전화의 발신지와 목소리도 모두 따오도록 해라.”

장 반장은 자신의 명성에 먹물이 튀긴 양 붉으락푸르락 소리를 질러댔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저희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목사님! 은비는 언제나 돌아올까요? 분명히 살아 있는 것 맞지요?”

은비 어머니! 믿음을 굳게 갖도록 하십시오, 은비가 언제 엄마에게 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은비는 무사합니다. 제가 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기도 열심히 드리도록 하십시오.” 그녀는 지금 그 차가운 예배당에서 홀로 사흘째 금식하며 기도에 매달리고 있었다. 은비가 살아 돌아온다면 기도하다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백성 너희 중에 악인이 있어서 새 사냥꾼의 매복함 같이 지키며 덫을 놓아 사람을 잡으며.’


준호는 형사들과 이번 역삼동에서 방범 카메라에 잡힌 돈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범인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봅시다.” 그는 계속해서 되돌려 봤지만, 카메라의 위치와 거리 때문에 모자를 쓰고 있는 범인의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것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영상은 없나요?”

“현재로는 이것이 전부이고, 계속 찾고 있으니 확보되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는 조사실을 나오면서 조금 전에 본 영상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범인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쩜 움직이는 모습이 우리 처남하고 비슷하구나.’ 그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처남과 영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처남하고 진행은 잘 되고 있나?’ 모처럼 떠오른 그녀의 생각은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지친 그에게 한여름 찾아드는 정자 그늘 같았다.

적극적인 처남에 비해 영선의 마음은 지금 어떤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과연 그녀는 우리와 가족의 연으로 살게 될까? 처남과 결혼생활은 순탄할까?’ 생각해 보니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에 대한 생각이 이르자 가슴이 답답하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처남도 그녀가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결혼자금이 필요할 텐데, 지금은 정현이에게 도움을 청할 상황도 아니고, 천상 대출이라도 받는 수밖에.’ 그러나 아직은 그것에 대하여 들려오는 말이 없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당장 벌어질 상황이 아닌 것으로 우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었다.

‘빨리 사건이나 잘 해결되어야 할 텐데.’ 문득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현이를 두고 한가하게 영선이 생각이나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형사들이 구현이 집을 찾은 것은 사건 발생 후 한참을 지나서였다. 거주지가 불확실하여 찾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아직 소식도 모르십니까?”

“뭐가요?” 형사들이 어리둥절한 그의 표정에서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연관성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런들 작은아버지가 조카를 그럴 리가 있겠어?’

“조카 은비 아시죠? 그 아이가 지난주에 실종되어 지금 수사 중입니다.”

“예? 은비가 어찌 되었다고요? 실종요?” 예상대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이다.

“예! 학교 앞에서 유괴되어 범인들이 지금 몸값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괴?”

“아기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주위 모든 경우를 수사 중이니 협조 바랍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 생사는 어떻게 됐나요?” 구현이는 형에게 지금 당장 전화서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정신없을 형의 상황을 생각하고 당장 달려가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 18일 목요일이고 아직 생사의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 그는 얼이 빠져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였다.

“잘 생각해 보시고 그날 하루 슨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날 지방에 내려가 있던 때인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어디를 가셨는지요?”

“사업 관계로 친구 만나러 포항에 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갑자기 사건이 발생한 즈음해서 태광산업에 자주 방문하셨고, 그리고 사고 발생 후에는 한 번도 가지 않으셨네요?”

“자주는 아니고요, 몇 번 갔던 것 같아요.” 그는 답변은 하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

“회사는 갑자기 무슨 일로 가셨어요?”

“형님 좀 뵙고 상의드릴 일도 있었고 오랜만에 옛 동료들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요.”

“그럼 사건 날 이후에는 왜 안 가신 거예요?”

“조금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일 때문에 그날 지방에 갔다가 어제 올라왔다고.” 그는 짜증스러워했다.

“요즘, 생활이 어려우시다면서요?”

“뭐요? 누가 그래요? 내가 어렵다고.” 그는 신음하듯 내뱉었다.

“예, 옛날 회사에서 간단히 듣고 왔습니다.”

“어떤 놈이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들 어렵다고 조카를 유괴했을까. 죽일 놈들. 자기들이 내가 어려운데 도와준 것이 뭐 있다고.”

“아! 미안합니다. 그런 뜻에서 물어본 것 아닌데.”

구현이는 뒤늦은 조카의 납치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렇게 큰일을 당하고도 자신에게는 연락 한번 하지 않은 형에게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는 가족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당장 형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따지고 조카를 찾는데 발 벗고 나서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관계도 소원한 형의 반응도 그렇고 형수에 대한 원망이 폭발하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끔찍했던 조카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즉시 형 집을 찾아갔다, 옛날과는 달리 무덤같이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에 안방에서 두문불출하는 형 내외는 볼 수 없었고 정 기사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도대체 형수는 무슨 골프를 친다고 외국까지 나다니다가! 애들도 돌보지도 않고!” 그는 마치 모든 책임이 형수에게 있는 듯 비난하고 나섰다.

“그래도 황 사장님이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두 분이 초 죽음 되어있는데, 그런 말이 나옵니까.” 정 기사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구현이를 말렸다.

“그나저나 어린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구현이는 은비와 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수사상황이 궁금하여 매일 형 집에 찾아가 머물며 노심초사 좋은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범인은 반드시 다시 시도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작전으로 나올지를 예측하여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장 반장은 조바심이 났다. ‘두고 보자! 누가이기나.’

“탐문 조사팀! 결과 좀 나온 것 없나? 우선 도우미 아줌마 조사결과는 어떻게 됐나?”

그녀가 의심을 살만한 특이한 사항은 없었으나 최초 범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점과 집안 사정을 제일 잘 아는 면식 관계에 있었고 특히, 조선족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그녀의 집과 직장 근처의 최근 행적과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을 해 나갔었다.

“휴일에 교회 다녀오고 그 외에는 계속 집과 직장만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 사람들도 서로 교류가 없어 그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특별한 행동이나 만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에는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잠복 중, 마침 외출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그녀를 발견한 형사들은 잘 되었다 싶어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먼저 그녀의 뒤를 쫓는 웬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모자를 둘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관계가 의심스러운 형사들은 긴장하며 그들을 계속 따라갔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에 섰던 그녀가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것을 보고 남자는 택시를 타고 떠났다. 망설이다 그녀를 따라갔던 형사들은 그날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자 후회했다. ‘남자를 쫓아갔어야 했는데, 여자를 쫓는 수상한 남자! 그는 누구이며 무슨 관계일까?’ 형사들은 궁금한 나머지 다음날도 그 집에 잠복하여 살폈지만, 그 남자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자 방금 교회를 다녀온 그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참고로 몇 가지만 확인하러 왔습니다.”

“휴일도 수고가 많으시네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수사 과정에 필요해서요, 아주머니 중국의 고향 주소, 한국에 오신 후 거주지 주소, 그리고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인척의 여부 등 좀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친하게 지낸 동포가 있으면 같이 적어주세요.”

“지난번에 거의 말씀드렸는데.”

“아, 우리는 모든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서요,” 그녀는 기분이 상했으련만 묵묵히 서류를 뒤지며 적어냈다.

“아주머니, 요즘 혹시 스토킹 당하고 있지는 않나요?” 형사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예? 스토킹요? 그런 것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전 남편 되는 분과는 연락하며 지내시나요?”

“아니요! 그 사람과는 서로 어디에 사는지도 잘 모르는데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실은, 조금 전 교회 다녀오실 때 봤는데 어떤 남자가 아주머니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요,” 형사는 적당히 둘러댔다.

“예? 누가요? 누가 저를 따라왔다고요?”

“아파트 입구까지 따라왔었어요.”

“그럼, 따라온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아! 별일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바로 사라졌는데, 아마 우리가 예민해져 착각했을 수도 있어요. 우리에게 흔한 일이니 괘념치 마십시오.”

“이 나이 든 아줌마를 따라다닐 남자가 누가 있겠어요, 형사님들 말고는.”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형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아! 미안합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우리 은비는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한국 경찰 수사력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들었는데, 땅도 좁은 이 나라에서 그것 하나 해결이 그렇게 어렵나요?” 형사들은 다시 한번 면박을 당했다.

“참, 체면이 말씀이 아니고만, 그나저나 그자는 누구일까, 정말로 우리가 과민한 것인가, 그런데 어디서 한번 본 사람 같기도 하고.” 형사들은 사건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 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준구영선과 약속된 시간이 늦어 급히 카페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을 보고 뒤를 돌아봤다. 그 사람은 다른 곳을 쳐다보며 무관심하게 지나갔다. 며칠 전에도 퇴근 때 주차장에서 자신을 쳐다보다 사라진 사람과 같기도 했다.

‘누구지? 뭐지?’ 그러나 영선이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미안해요, 얼마나 차가 막히는지.”

“금요일 퇴근길이니 그럴 수밖에요. 오늘 같은 날은 지하철이 제일 편해요.”

영선 씨 집에 들어갈 때 집에 모시고 가려고 차를 가지고 왔지요.”

매번 마주 앉았던 그는 오늘부터는 그녀의 옆자리로 승진하겠다는 각오로 왔었으나 그곳에는 이미 그녀의 소지품들이 자리하고 있어 엉거주춤 앞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며칠 전에도 그렇고 오늘도 여기 오는데 누가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아 신경 쓰이네요. 요즘 주위에 사건이 많아서 내가 과민해진 것인가?”

“누가 준구 씨를 따라다니겠어요? 하기야 준구 씨가 좀 잘 생기는 했어요. 하하하!”

“그럼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그것이 남자라는 것은 영 찜찜해서 그렇지요.”

“혹시 형사 아닐까요? 그 왜 매형 회사 유괴사건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형사 이야기가 나오자 영선의 표정도 굳어졌다.

“설마, 그 일로 형사가 왜 아무 관계없는 준구 씨를 따라다니겠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전무님이 요즘 많이 힘드시겠어요, 오늘도 퇴근이 늦어지시겠지요. 뵌 지 오래되어 뵙고 싶네요. 오늘 식사라도 같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전화 한번 해 볼까요?”

“그러시겠어요?” 그녀가 반색한다.

영선 씨는 우리 매형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설마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죠? 그래 봤자 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말이죠, 그 양반 엄연히 유부남 인걸요 뭘! 하하하!”

화, 목 연재